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이유야 어찌 되었든 전쟁은 무고한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없어야 되고, 빨리 끝나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인류 역사가 전쟁을 통해서 이뤄진 것도 사실이고, 전쟁을 대비하지 않고 평화를 지킨 사례는 없다는 것을 수많은 역사들이 증명하고 있다. 최근의 전쟁과 관련된 정치가의 발언 중에 정의로운 전쟁 VS. 비겁한 평화, 혹은 이긴 전쟁 VS. 더러운 평화 같은 자극적 문구와 함께, 사실 검증이 안된 이완용의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단 낫다"라는 발언과 대비시켜 특정 정치인의 안보관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팩트 체크와 해당 발언의 문맥 파악의 면밀한 과정을 거쳐야 적절한 비판이 될 것이다. 가치의 기준이 선과 악, 전쟁과 평화처럼 극단적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선한 전쟁 VS. 악한 평화'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가면, 현혹(?)될 수도 있을 법하다.
지난 10월 15일에 광화문 월대가 복원되었다. 1996년엔 구총독부 건물인 중앙청이 철거되었다. 물론 보존과 철거에 대한 분분한 찬반 의견들이 역사적 의미를 포함하여, 필요기술, 비용 등 다양하게 검토되고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승만 대통령이 최초 지시한 이후 40년이 훨씬 지나서였다. 이번 광화문 월대 복원에는 현판의 배경과 글자색의 오류를 바로잡고 월대를 구한말인 약 150년전 모습으로 복원했다. 그런데 중앙청 철거 때와는 의사결정과정이 달랐던 듯하다. 논란의 여지는 굳이 목조도 아닌 석조 전각에, 기록을 살펴보면 세종도 복원을 거부했던 월대를 이렇게 서둘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도 있다. Y자로 휘어진 차선으로 생길 불편을 벌써부터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반면,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은 목조 전각으로 지난 2020년 월대가 주위환경에 맞춰 개선, 복원되었다. 고증을 통한 정확한 사실 검증과 철저한 여론 수렴 없이 월대복원만으로 국민 소통이 원활하다고 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잘못된 해석, 사실이 아닌 근거를 바탕으로 극단적 편가르기를 할 것인가? 팩트 체크와 함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 비단 월대 복원만이겠는가? 기왕 1000억 이상의 국비와 지방비를 사용하여 복원된 광화문 월대가 국민들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