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사회과학부 차장 |
이처럼 이슈가 된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18년째 연간 3058명으로 묶인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필수의료가 붕괴되는 조심을 보였고, 올해에는 구급차 뺑뺑이 사건이 줄이어 터지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에 대한 조치다. 실제 지난 7월 대전에서도 한 초등학생이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세종까지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골든타임을 놓쳐 안타까운 죽음을 맞아야 했다.
비수도권 도시 중 의료 인프라가 가장 좋다는 대전에 거주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말하면, 아직까지 큰 병이 없었기 때문인지 성인이 사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피부가 찢어지면 동네 정형외과에 가서 꿰면 됐고, 배탈이 나면 동네병원에서 처방받아 약을 먹으면 나았다. 하지만, 소아과는 사정이 달랐다. 소위 '잘보는 의사'에게 진료를 보려면 평일에도 대기시간이 1시간은 기본이고, 주말에는 더욱 길었다. 이번 추석 연휴에 자녀가 감기 증상을 보여 예약을 잡으려 하니 다음날에서야 운 좋게 예약을 잡을 정도였다. 다만, 충남지역은 성인에게도 열악했다. 몇 년 전 내포본부 파견 당시 팔꿈치에 작은 종양이 났지만, 내포신도시 내 간단한 절제를 할 수 있는 정형외과가 없어서 차를 타고 홍성읍내까지 나가야 할 정도였다. 우리나라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부재가 피부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낸 것인데, 의료계와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3년 전 당시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역과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의대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문제점은 인식하면서도 주요 원인이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어서다. 의대 정원이 늘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바이탈과(외과, 내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로는 의사가 몰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외과 전공의가 성형이나 미용 등 비(非)필수과 병원을 개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만약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3년 전처럼 의료 총파업까지 각오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단체가 그것도 생명을 다루는 의사단체가, 국민 생명을 담보로 총파업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의사 수를 보면 한국은 38개 회원국 중 37위였다. 한국의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전체 회원국 중 멕시코(2.5명)를 빼면 가장 적었다. 한의사(0.4명)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다. 또한 OECD 평균 3.7명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으로 '현재 의사 수가 적지 않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힘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을 살려야 하는 의료계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는 모습을 보여줘선 안된다. 정부 역시도 의대 정원 확대의 주목적인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강화를 위해 의사들이 기피하는 필수의료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끝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극적으로 합의해 의대 정원을 늘렸다고 해도 넘어야 산은 있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 빠져나가는 의대쏠림이 더욱 가속화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입시업계는 의대 정원이 늘면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반수생과 N수생이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벌써부터 합격 점수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이점도 고려해 발전적인 합의안을 도출해주길 바란다. /김흥수 사회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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