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대형마트에서 진행한 핼로윈 상품 판매 모습. 사진은 중도일보DB |
매년 10월이면 핼러윈(Halloween)을 앞두고 유통업계에서 앞다퉈 준비했던 이벤트가 올해는 사라졌다. 핼러윈은 유통업계에서는 대목이지만 지난해 발생한 참사 여파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22일 지역유통업계에 따르면 매년 핼러윈 마케팅에 주력했던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관련 대형 마케팅을 하지 않거나, 제품군을 대폭 축소했다.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핼러윈 상품 수를 줄이고 별도의 홍보 행사 및 판촉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대전의 대형마트. 입구 중앙 매대에서는 골프용품이나 캠핑 용품 등 가을맞이 신제품 판매가 한창이다. 비슷한 시기 핼러윈 소품들이 주요 매대를 가득 채웠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핼러윈 관련 제품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관련 상품은 판매하지만 단순 진열에 그치고, 상품 수도 지난해와 비교해 축소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많은 점포 수를 보유하면서 핼러윈 트렌드를 주도했던 편의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도 올해는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베이커리 업계도 핼러윈 콘셉트를 반영한 기획 상품을 선보이지 않고 추모에 동참한다. 핼러윈 전용 음료와 디저트 등을 선보였던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올해는 관련 메뉴를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자영업자들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매년 핼러윈에 소품을 설치했던 유성구의 한 카페 사장 김 모씨는 "카페는 분위기를 보고 손님들이 찾아주시기 때문에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시기에는 관련 소품을 많이 설치했다"면서도 "올해는 주변을 봐도 핼러윈 분위기도 나지 않아 관련 소품 설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국내 정서와 연관이 적은 외국계 일부 기업들은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원래 핼러윈 축제는 원래 생소한 문화였지만, 2010년대부터 어린이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MZ세대들이 주도하면서 젊은 세대의 문화로까지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유통업계들은 온갖 핼러윈 의상과 소품으로 '핼러윈 특수'를 노렸다. 하지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유통업계는 물론 핼러윈 축제에 적극적이던 유치원들도 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10월 29일)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회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다. 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당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핼러윈도 그런 대목 중 하나였지만, 지금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 "당분간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상당 기간 핼러윈 마케팅을 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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