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모도리'란 빈틈없이 아주 여무진 사람'을 뜻하며, '모도리 봉사'는 그날처럼 독거노인 등 신체활동이 부자유스러운 분을 위해 가정을 방문하여 집의 쓰레기를 깔끔하게 치우고, 비우고, 털고, 쓸고, 닦고 열심히 청소하여 마치 새집처럼 만들어 드리는 역할을 의미한다.
민망할 정도로 수북한 각종 쓰레기와 신문 다발, 1회용 음식물 포장 용기 등은 정말이지 태산을 이룰 만큼 엄청났다.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는 또 다른 고문을 강요했다.
그런 데도 비래동 자원봉사회원들의 거듭되는 대청소 요청에도 어르신께서는 막무가내로 반대하셨다. 이처럼 한번 어떤 물건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습관을 일컫는 표현을 '호더스증후군'(Hoarder syndrome)이라고 한다.
'저장 강박증'이라고도 불리는 호더스증후군은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집안에 온갖 것들을 잔뜩 쌓아두고도 전부 다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서 어느 것 하나도 쉽게 버리질 못한다.
저장 강박증은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가치가 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모아서 저장하는 증상을 보인다. 저장 강박증을 가진 사람은 물건을 쌓아놓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함을 느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장 강박증의 원인은 뇌의 손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두엽의 기능 이상과 후두엽 피질의 활동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수준보다 느린 상태를 말하는 후두엽의 대사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증상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많이 사서 보관하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재구매하는 등의 강박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물건을 정리하고 보관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여 일상생활의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
그런데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으는 증상으로 인해 집 안에 물건이 쌓여 발 디딜 틈이 없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이 버리지 못하는 것은 비단 물건만이 아니다. 최우선은 재물이다.
죽을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거늘 영원할 줄 착각하는 것이다. 이어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관, 신념 등 보이지 않는 것 중에서도 버려야만 하는 게 사실은 상당히 많다.
하여간 비래동 자원봉사회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성실하게 마무리까지 잘 마쳤다. 대전자원봉사센터 시민기자단 단장으로 4년째 활동하면서 숱한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거기서 거둔 수확은 정말 많다. 먼저,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을 가는 나그네라는 사실의 발견이다. 그러므로 잘 사는 것(Well-being)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죽는 것(Well-dying)도 꽤 중요하다.
평생 덜 먹고, 덜 입고, 부들부들 아낀 덕분에 재산이 많은 노인이 있는 반면, 자식조차 외면하고 버려진 가난한 노인도 적지 않다. 이렇게 가족과 사회로부터도 방기(放棄)된 병약한 빈곤 노인을 돌보는 것 역시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은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모금 형태로 선행을 이어가고 있음을 쉬이 보게 된다.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릴 때는 자기에게도 몇 방울 정도는 묻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봉사는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날도 경험했지만 자원봉사자는 역시 '날개 없는 천사'라는 생각에 동행한 나 또한 적이 흐뭇했다.
홍경석/ 작가, 소설 <평행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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