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강도사건 여파? 대전서 점심시간 문 닫는 은행 나와

"상주 인원 2명, 교대로 점심 먹으면 위험" 판단
금융소비자들 "점심 때 은행 이용 못 하면 불편"

17일 오후 1시 점심 시간 대전 소재 한 은행의 문이 닫혀있다. 사진=이유나기자

신협 강도 사건 이후 보안을 위해 점심시간 문을 닫는 은행이 나오고 있다.

17일 점심시간대인 오후 1시 대전에 있는 한 은행 점포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은행 문 앞에는 '낮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점심시간 휴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은행 점포가 점심시간에 문을 닫는 이유는 보안 때문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 신협과 같은 제2금융권 점포는 청원 경찰이 없고 인원이 적어 제1금융권보다 방범에 취약하기 때문.

실제로 지난 8월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신협에서 점심시간 창구를 지키는 직원 두 명 중 한 명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은행 강도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점심시간 문을 닫은 대전지역 은행 관계자는 "상주하며 근무하는 인원이 두 명인데 교대로 식사할 수 없어 점심시간에 문을 닫기로 했다"며 1명만 남아서 점포를 지키면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근로기준법상 점심시간은 휴게 시간이라 이를 직원에게 보장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 점심시간 휴식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대전에서 근무하는 은행원 A씨는 "점심시간 교대로 일을 해야 하므로 은행에서 일하며 밥을 빨리 먹는 습관이 생겼다"며 "점심 휴식시간이 생긴다면 편하게 밥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금융노조는 수년 전부터 점심시간 동시 사용을 요구해왔다. 금융노조 측은 "노사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여전히 22.3%의 금융노동자들이 법정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금탈취 사고 방지, 영업점 환기와 소독 필요성을 위해서라도 점심시간 동시 사용은 전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프라인 은행 점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은행 점심시간 휴무는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대전에 사는 직장인 B씨는 "회사 점심시간을 활용해 은행 업무를 보는데 점심시간마저 은행 문을 닫으면 불편해질 것"이라며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하더라도 온라인 뱅킹을 할 줄 몰라 매번 저에게 물어보신다"고 하소연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점심시간 휴무 여부는 개별 신협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방범 강화를 위해 월 1회 이상 안전교육을 하고 CCTV와 비상벨, 가스총 등 방범 설비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