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박병주 부장 |
세계보건기구(WHO)는 확진자 중 20~30%가 코로나19 완치된 후에도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물론 심리적 불안과 우울, 수면장애, 탈모 등 다양한 고통을 호소한다. 적잖은 후유증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만큼 다수 국민은 부동산 후유증을 겪고 있다. 경기침체로 집값이 하락해 자산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치솟았던 집값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의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특히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영끌족'은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까지 떠안으며 집을 팔아야 처지에 놓였다.
대내외 악재가 부동산 경기침체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정책도 원인으로 꼽힌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정책 크게 바뀌면서 혼란을 더욱 가중 시켰다. 사전 준비를 못한 부동산 시장은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빠른 변화에 맞닥뜨렸다. 우스갯소리로 전문가들 조차 정책이 수시로 바뀌어 헷갈려 할 정도였다. 이렇게 쏟아낸 대책으로 많은 사람은 부동산 무지로 전락했다.
시장 변화에 따라 정권은 '규제'와 '완화'를 반복했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황에 맞춰 재탕, 삼탕 정책을 내놨다. 김대중 정부(1998~2003년) '완화' 정책, 노무현 정부(2003~2008년) '규제', 이명박 정부(2008~2013년) '완화', 박근혜 정부(2013~2018년) '완화', 문재인 정부(2017~2022년) '규제', 윤석열 정부(2022년~) '완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윤석열 정부까지의 정책 기조다. 정권은 상황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꺼내 부동산 시장에 직접 관여했다.
시장도 바삐 움직였다. 정권마다 바뀌는 정책 등으로 '10년 주기설'이 풍문처럼 떠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과 침체가 반복하는 경험적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속 된 집값 하락으로 2012년과 비교한 10년 주기설이 다시금 거론된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최정점이 2012년이었다.
일각에선 10년 주기설에 대해 흐름을 구분 짓고, 어느 정도 변수에 대해 움직인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 이후 지난해부터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로 곳곳이 비명이다. 거래도 말라가고 있다. 미분양 공포에 신규 공급도 더디다. 일부 재개발 현장은 공사비 갈등으로 착공도 여의치 않다.
경기불황이 크게 부동산 시장까지 덮친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정부 정책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강력한 규제'에 초점을 맞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가장 뼈아프다. 이러한 여진은 지금도 계속된다. 임대차3법 이후 집값 폭등과 깡통전세 비율 급증에 따른 전세 사기가 속출했다.
역대급 침체와 시장 혼란에 윤석열 정부에서 관심을 끄는 건 단연 부동산 대책이다. 현 정부 또한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초점에 뒀다. 최근 부동산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 방안 발표하고 입법·행정 예고했다.
앞서 몇 차례 규제 완화 대책도 내놓은 바 있다.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다. 부동산 시장은 더욱 비관적이다. 일관성 있는 규제 완화와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모든 정책이 계획한 방향대로 진행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부동산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생물이다. 그렇다고 침체한 시장을 내버려 두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역대 정권 부동산 정책을 타산지석 삼아 전화위복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제부 박병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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