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이주배경 ‘청년’에 대하여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이주배경 ‘청년’에 대하여

류유선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승인 2023-10-18 09:43
  • 수정 2023-10-18 10:08
  • 신문게재 2023-10-19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010301000276500009251
류유선 책임연구위원
실업과 빈곤, 우울과 은둔 등 청년과 관련된 이슈들이 경제·심리·문화·사회 전 분야로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는 여러 정책을 내놓으며 문제 해결에 몰두하고 있다. 출신지역과 성별, 계급, 학력, 국적, 장애, 피부색 등 청년 내부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개인이 처한 상황과 조건이 달라지는데 '연령'을 주요 기준으로 하는 청년정책에서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것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관심은 때때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청년 가운데 이주배경 '청년'이 있다. 이들은 'N포세대'나 'MZ'세대로 불리는 청년담론 속에서 호명되지 않는다. 다문화자녀 혹은 중도입국청소년으로 불리는 이주배경 '청소년'은 다문화와 교육정책의 대상이지만,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장한 이주배경 '청년'은 청년과 다문화, 그리고 교육 정책의 주체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물론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한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교육받으며 성장한 이들이 부나 모가 외국에서 이주했다는 이유로 성인이 되어서도 특정 정책의 대상이 되는 것은 차별일 수도 있다. 초등학교부터 '다문화'로 불리며 자신도 모르게 다문화사업의 대상이 된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중학교에 가면서 다문화임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그러하다. '민족과 국민'의 일체성을 내재화한 한국사회에서 의도와 상관없이 '다문화'는 민족과 국민의 균열을 가져온 새로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이주배경 '청소년' 스스로가 인식하는 한국인 정체성과 한국사회의 시선이 담고 있는 이질감 속에서 떳떳하지 않을 이유가 없음에도 스스로 다문화나 이주배경이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있다. 다문화가족과 중도입국, 외국국적동포 등 이주배경 '청소년' 상당수가 한국어 습득과 학습진도, 진학 등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가지며 피부색 등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되는 것이 그 증거다.

올해 프랑스에서 벌어진 이주배경 10대의 사망사건이 도화선이 된 폭력사태는 인종차별, 사회통합, 경제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누적된 이민자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찰에 붙잡힌 시위대의 30%가량이 10대 미성년자라는 점은 이주민이 증가하는 한국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2021년 프랑스 전체 인구 중 10.3%(약 700만 명)를 차지하는 이민자 상당수는 파리에서 10여㎞ 떨어진 낭테르와 같은 외곽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오랜 기간 정부의 개발계획이나 복지정책에서 소외됐다는 점입니다. 니엘의 죽임이 평화적 시위를 넘어 폭력 사태로 비화한 배경에는 이들 지역의 열악한 환경, 차별에 대한 사회의 외면, 정부의 방치 및 방관 등이 두루 점철돼 있습니다."(한겨레신문, 2023-07-23)

보이지 않는 차별과 구조화된 배제에 대한 이주민들의 절망과 포기가 있다면 또 다른 형태로 외국인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2000년대 들어 프랑스, 영국, 독일과 네덜란드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 이민 반대 시위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2018년 '제주 예멘 난민'사태, 2021년부터 계속되는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에 대한 갈등도 그러하다. 이주의 역사가 긴 국가들은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면서 다양성이 가져온 사회·문화·경제적 역동과 활력은 당연시한다. 반면에 다양성을 구성하는 표준화되지 않은 것, 동일하지 않은 것을 만나고 경험하는데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느낀다.

이주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다름과 차이, 이질적인 것, 다양성, 다문화가 발전, 성장, 조화, 통합이라는 순조로운 과정과 긍정적 성과만을 생산하길 바라지만, 그런 사회는 없다. 그런 사회는 강렬한 갈등과 투쟁, 그리고 길고 지루한 담론과정을 앞세운다. 혈연중심의 국민 정체성이 견고한 '한국인' 혹은 '한국인다움' 서사에 이주배경을 가진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자리, 이들이 성장한 후에 이주배경 '청년'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정책 공간은 필요하다. 18세가 넘으면 다문화가족지원정책과 교육정책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청년정책에서 보이지 않는 이주배경 '청년'에게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류유선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