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영 전 총리실 공보실장, 『뜻으로 읽는 금강경』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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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영 전 총리실 공보실장, 『뜻으로 읽는 금강경』 출간

교과서 용어로 옮긴 2600년 붓다의 지혜
행복한 일상, 평화로운 세상으로 가는 나침반

  • 승인 2023-10-16 10:47
  • 오주영 기자오주영 기자
금강경
팔만사천을 헤아리는 방대한 대장경 가운데서도 최고로 꼽히는 금강경을 우리말로 '처음 번역'한 책이 나왔다. 중학생 수준의 문해력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읽도록 쉽고 편한 용어로 옮겼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지은이는 30여 년 현역 시절, 언론사 논설위원과 칼럼니스트를 거쳐 정당의 대변인과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을 지낸 김창영 '따뜻한 손' 대표.

참여불교재가연대 국제위원장을 맡아 인도에 '학교 지어주기' 캠페인을 뒷받침하고 2002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민간포럼(People's Forum)'에 한국 대표로 초청받아 '불교와 세계평화'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불교 운동가가 쿠마라지바와 현장의 한문본, 산스크리트본, 영어본은 물론 중국 최고의 대가들이 쓴 『금강경 5가해』 등 다양한 불교 서적과 최근 출판된 국내외 금강경 번역본을 참고해 중등 교과서에 나오는 기초적인 단어로 풀이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은 두 파트로 이루어졌다. 1부 「맨발의 싯다르타」는 인도 북부의 작고 평화스러운 나라 샤카에서 태어난 태자가 생사의 고통을 뛰어넘고 '지극히 행복한 경지(열반)'에 이르는 과정을 서술한 붓다의 일생. 2부 「금강반야바라밀경」은 흔히 「금강경」이나 「Diamond Sutra」라고 불리는 경전을 '아름답고 평범한 현대 우리말'로 옮긴 행복과 평화의 복음이다.



본문보다 어려운 주석이나 주해를 붙인 현학적이고 난삽한 기존의 번역본과 달리, 석가모니의 간략한 일대기를 통해 불교 용어를 설명하고 2부는 번역문만 실어 어느 부분을 먼저 읽어도 완성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면서도 간명하게 편집했다.

금강경은 갖은 고생 끝에 부처님 나라에 도착한 삼장법사 현장 일행에게 부처님이 선물한 책. 법사 일행의 노고를 위로하며 "가장 훌륭한 선물을 주라"는 붓다의 말씀에 따라 상수제자 마하카샤파가 고른 하사품을 받아들고 발길을 돌리는 법사에게 의심 많은 원숭이가 부추긴다.

"천축인들이 우리를 속였을지도 모르니 선물을 열어봅시다."

귀 얇은 법사가 보따리를 풀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백지로 된 책이 나왔다. 분노한 손오공이 여의봉을 뽑아 들자 카샤파가 빙그레 웃으며 두 번째 준 선물이 바로 금강경이다. 저 유명한 명나라 판타지 소설 『서유기』의 한 대목이다. 실제로 현장은 「능단금강반야바라밀다경」이라는 이름으로 산스크리트본을 축자(word by word) 번역한 작품을 남겼다.

이 책 『뜻으로 읽는 금강경』은 영어본으로 읽으면 이해가 되는데, 금강경을 '소의경전(메인 텍스트)'으로 받드는 조계종의 '표준 번역본'은 왜 해득이 어려운가, 하는 문제점에서 출발한다.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등 금강경의 키워드가 1,600년 전 쿠마라지바가 '만든 술어(造語)'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그들만의 전문용어(jargon)'로 기술돼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난해한 용어나 고도로 축약된 시적(詩的) 서술에서 벗어나고 석가모니 사후 2천600여 년 동안 축적된 과학기술의 발달을 수용, 붓다가 천안(天眼)으로 살핀 우주의 섭리, 혜안(慧眼)으로 파악한 미생물의 세계까지 번역에 응용해 누구든 초보적인 지식과 상식만 있으면 쉽게 접할 수 있다.

"아집과 법집(법은 불변이라는 고정관념)을 여의고 아공(무아), 법공(진리는 영원하지 않다는 깨우침)을 터득하면 반야(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고전적 도그마에서 탈피, 모든 생명은 부처의 씨앗(불성)을 가졌으므로 '위대한 자각(해탈)'을 통해 행복한 일상, 평화로운 세상을 이룩할 수 있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 해석을 도모한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김창영 대표는 "새로운 도전이라 우려가 큽니다만, 과감한 번역 시도가 유행으로 이어져 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금강경이 논어처럼 교양서로, 도덕경처럼 인문서로 널리 활용된다면 더 이상의 보람이 없겠다"고 말했다.

지은이는 한국일보 기자와 코리아타임스 논설위원, 일본 교도통신 월드뉴스 칼럼니스트를 거쳐 정당에서 부대변인과 대변인, 국무총리실에서 공보실장 겸 대변인을 지냈다.

불교가 모태 신앙으로, 종정을 지낸 서옹 큰스님에게 보살계와 '자덕(慈德)'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국제위원장으로 일하며 2002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민간포럼에서 '불교와 세계평화'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며 몇 권의 책을 쓰고 옮겼다. 존 F. 케네디의 청년 시절 유럽 취재일기 『대통령이 된 기자』, 리처드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의 『부시는 전쟁 중』 『공격 시나리오』도 그 가운데 일부다.
세종=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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