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
이처럼 기본적 욕구에 해당하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러 시스템 및 규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 보장을 위한 노력은 대학에서도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그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캠퍼스 환경 조성을 통한 대학 구성원의 안전 확보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대학 내 안전사고 및 범죄예방을 위한 각종 보고서를 종합하면, 대부분 대학에서는 범죄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하고 출입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물리적 보안 및 기계경비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들어 지역 경찰서와 협력하여 경찰의 학내 순찰을 강화하거나 대학생 순찰대를 조직하여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캠퍼스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사건·사고 소식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대학 내 안전 관련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근래 들어 대학에서는 캠퍼스 안전사고 및 범죄예방을 위해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 일명 '셉테드'를 주목하고 있다. 셉테드는 건물, 기반시설 등의 물리적 환경 개선을 통해 자연적 감시, 접근통제, 영역성, 활용성 등을 향상해 범죄를 예방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필자가 재직 중인 충남대를 포함한 많은 대학이 셉테드기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만 셉테드기법은 다양한 범죄 및 안전사고 예방전략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종합적인 예방대책을 수립한 이후 이와 함께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캠퍼스 내 개별 건물과 실내 공간의 경우 출입구에서 출입통제 시스템을 활용한 기계적 경비가 도입되었으나, 출입구에서의 출입통제보다는 실내 개별 공간에 대한 접근통제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교내 외부공간의 경우에는 CCTV와 경비원 순찰 이외에 식재된 조경수목의 정비, 조명 시설의 조도 및 위치 조정과 설치, 사각지대 관리 등의 기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기숙사 거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숙사 거주 학생의 상당수는 기숙사와 강의동을 연결하는 보행로와 기숙사 공용공간에서의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높았고, 야간 학습과 여가생활 후 늦게 귀가하는 학생들의 불안감 또한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캠퍼스 안전계획은 단순히 셉테드원칙을 기반으로 한 시설 안전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 패턴 및 행태적 특성을 반영한 종합적 접근방법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람은 공기, 물과 같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것을 상실했을 때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느낀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교내에 큰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한 후에야 캠퍼스 내 안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우(愚)를 다시는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가 모두 건강하고 안전한 대학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사후적(reactive)이 아닌 사전적(proactive)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학생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24시간 안전하게 학내에 머물면서 공부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결국 우리 대학 발전의 진정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