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엽 변호사 |
지난해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 수는 약 24만 명, 체불 임금은 1조 3천억 원을 넘겼다. 지난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비례)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최근 5년간 임금체불 신고사건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임금체불(진정, 고소, 고발 모두 포함)은 86만 450건이 신고 접수됐으며 체불사업장은 49만 9068곳, 체불피해 노동자수는 130만 4517명, 체불금액은 7조 1434억 8400만 원에 달했다.
산업별로 보면 전체 체불액의 33.6%(2조 4017억 8900만 원)가 제조업에서 발생했으며 건설업이 20.0%,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이 14.2%로 뒤를 이었다. 체불인원의 경우 전체 체불 피해자의 28.4%(37만 1003명)가 건설업 종사자였으며, 이어 제조업이 23.1%,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이 18.7% 순이었다. 체불사업장 수로 보면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이 30.2%(15만 698곳)로 가장 많았고, 이어 건설업이 20.2% 제조업이 19.3%를 차지했다.
이렇게 임금체불 피해가 심각함에도 정부의 체불 사업장수 근로감독 비율은 건설업 3.3%, 도매 및 소매업 8.8%,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9.6%, 숙박 및 음식점업은 23.2%, 정보통신업은 5.9%, 제조업은 31.9% 등이며, 체불 근로자수 근로감독 비율은 건설업 3.5%, 도매 및 소매업 5.9%,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17.5%, 숙박 및 음식점업은 6.4%, 정보통신업은 11.3%, 제조업은 22.3% 등에 불과해 정부의 근로감독은 이를 전혀 쫓아가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지금도 임금체불에 항의하기 위해 고공농성을 벌이거나 단식, 분신까지 시도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피트니스 트레이너, 학원강사, 미용사와 같은 특수 고용노동자들은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신고해도 자신이 근로자처럼 일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부터가 넘어야 할 산이다. 적게는 55세부터 많게는 78세까지, 남들은 이미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일을 하는 고령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일을 그만두면 갈 곳이 없는 현실 때문에 꾸준히 밀리고 적게 주는 임금을 받으면서도 참고 견디며 현재에도 언제 받을지 모르는 체불임금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법적인 구제절차를 알아보고 신속하게 행동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가장 간편하고 신속한 해결방법으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는 고용노동청에 밀린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진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 진정을 받은 경우,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임금체불 등 법위반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시정지시를 하고, 법 위반이 시정되면 사건이 종결되고, 사업주가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형사입건 후 수사 착수 후 검찰에 송치한다.
또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는 고용노동청에 사용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고 고소할 수도 있다. 임금 체불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임금 체불 사건에서 임금 체불자가 구속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실제 형사 처벌 수위도 실형이 거의 없고 벌금형이 다수여서 실효성이 떨어졌던 것이 현실이다.
한편 임금 체불 피해자는 사업주가 체불임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면 근로자가 임금을 지급 받지 못하는 경우,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하여 근로자에게 일정 범위의 체불 임금 등을 지급하는 체당금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체당금을 받아야 한다. 체당금제도에는 소액체당금 제도와 일반체당금 제도가 있다.
근로자는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관할 노동청에 진정 제기 후 체불 확인서를 발급받고,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확정된 판결문(지급명령, 조정 및 결정문, 화해 등을 포함)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소액체당금을 신청하면 된다. 퇴직한 다음날로부터 2년 이내에 체불 임금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며, 확정판결일로부터 1년 이내에 체당금을 청구하여야 한다. 소액체당금 청구 시, 받을 수 있는 상한액은 임금(최종 3개월 분) 및 퇴직급여(최종 3년간의 퇴직급여) 등 여러 항목을 포함하여 총 1000만 원이며, 청구 시의 필수제출서류인 판결문 및 확정증명원은 '사본'도 가능하며, 온라인으로도 청구 가능하다.
일반체당금 제도는 기업이 도산하여 임금 및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퇴직한 근로자에게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하여 지급하는 임금 및 퇴직금을 의미한다. 산재보상보험 적용대상으로서 6개월 이상 사업을 행한 사업장의 사업주가 회생절차개시의 결정이나 파산선고 결정을 받았다면 곧바로 근로복지공단에 일반체당금을 신청하면 되고, 이러한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라면 관할 노동관서에 '도산등사실인정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
체당금 지급대상 근로자는 임금채권보장법 시행령 제7조에 따라 파산선고 및 회생절차개시의 결정이 있거나 도산등사실인정이 있다면, 그 신청일의 1년 전이 되는 날 이후부터 3년 이내에 퇴직하여야 하며, 파산선고 및 회생절차개시의 결정, 도산등사실 인정이 있는 날로부터 2년 이내에 고용노동부에 청구하여야 한다. 일반체당금 청구 시, 체불임금의 범위는 소액체당금과 마찬가지로 최종 3개월 분의 임금 및 최종 3년간의 퇴직급여에 한하며 연령에 따른 상한액 규정에 따른다.
체당금 지급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서 체당금을 지급 받지 못하거나 체당금 상한액을 초과하는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으로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 회사가 재정 상황이 어렵다면 사업주 재산을 파악하여 신속하게 가압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사업주가 재산이 없다면 임금 체불 피해자가 민사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실제로 집행할 재산이 없어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금 체불 피해는 심각하고 증가하는 반면, 정부의 근로감독은 이를 따라가기 어려우며 형사 처벌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수위가 높지 않아 실효성이 낮은 현실이다. 최근 정부는 체불사업주에게는 정부지원사업에서 배제하고, 대출심사 등에서 신용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업주가 돈이 없어 체불한 것이 대부분이기에 이는 처벌이나 제재만으로 임금체불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사업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제재는 임금을 체불하지 않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만들고, 고의·상습적으로 체불하면 아예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직접적인 경제적 제재를 하는 것이다. 또한, 이와 동시에 현실적으로 사업주가 돈이 없어 체불한 것이 대부분이기에 일시적 경영악화로 인한 체불 등에 대해서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의 대지급금 지원을 늘리고 사업주가 일어설 수 있도록 사업주 융자를 강화하는 적극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근로자의 임금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서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에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보호하여야 한다. 근로자의 임금은 단순히 돈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생명의 시간이자 그들이 부양하는 가정의 생존이기 때문이다.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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