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 |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국내 계기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을 기록했으며, 진앙지인 경주뿐만 아니라 인접한 울산과 경북지역에도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수도권에서도 유감신고가 빗발칠 만큼 위력이 강했던 이 지진으로 전 국민의 관심과 불안이 고조되었고, 정부 차원에서도 지금까지의 지진 대응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공시설물 등 각종 건축구조물의 내진성능과 지진정보 전달체계를 점검·강화하였고, 지진 대응 매뉴얼 및 행동 요령도 실효성 있게 개선하였다. 기상청은 당시 국민안전처로부터 지진 관련 긴급재난문자(CBS) 발송 업무를 이관받아 지진 발생 시 자체적으로 신속하게 지진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하였고,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의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였다.
지진조기경보는 지진파 중 P파가 S파에 비해 빠르게 전파되는 특성을 이용해,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S파가 도달하기 전에 먼저 도달하는 P파를 분석하여 지진 발생 사실을 신속하게 알리는 것이다. 지진은 발생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진이 발생했음을 얼마나 빠르게 전파하는지가 핵심 관건이다. 무방비 상태로 지진피해에 노출되었을 경우와 비교하였을 때, 지진파 도달 전 5초 정도의 여유만 주어져도 머리를 가리거나 책상 밑으로 피신하는 것이 가능하여 사망자와 중상자를 80%나 줄일 수 있다.
올해 초 튀르키예를 강타한 지진은 현지 시각 2월 6일 새벽 4시 17분에 발생한 규모 7.8의 대지진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발생한 강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사망자만 5만 명이 넘게 발생했다. 지난달 모로코에서도 현지 시각 9월 8일 밤 11시 11분에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수천 명이 희생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내에 머물거나 잠이 든 후 벌어진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었다. 특히 튀르키예 지진은 한겨울에 발생하여 이주민들과 복구 인력은 매서운 추위와도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이렇듯 예고 없는 재난은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에 빠뜨린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지진도 미리 준비하고 대처한다면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기상청은 생명을 지키는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지진조기경보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단 1초라도 더 빨리 지진을 탐지하기 위해 지진관측망도 더욱 촘촘하게 구축했다. 그 결과 경주지진 발생 당시 지진파 최초 감지 후 26초 만에 발표되었던 지진조기경보는 현재 최초 관측 후 5~10초 후에 발표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인천강화 해역지진 발생 시 관측 후 9초, 5월 동해 해역지진 발생 시 6초만에 지진조기경보를 발표했다. 빠른 탐지와 정확한 분석, 신속한 통보 3박자의 화합이 잘 이루어진 결과이다. 지진이 언제 다시 한반도를 위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확률이 극히 낮다고 할지라도 자연의 움직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에, 기상청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 기술인 지진조기경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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