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두 나라의 전쟁은 올해 10월을 맞으면서 벌써 전쟁 발발 20개월을 넘기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결연한 항전 의지로 말미암아 러(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초기 러시아가 표방한 의도나 세계 예상과 달리, 전쟁 당사국의 전의(戰意)와 주요 관련 국가들의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처지 때문에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앞으로도 짧은 기간 안에 종전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세계의 중편이다. 이런 와중에 '중동의 화약고'라더니 그 말에 맞게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사전 경고조차 없이 이스라엘을 폭격하였다.
그 바람에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등 자칫하면 중동과 아랍권의 전면전쟁으로 확산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러-우 전쟁과, 팔(팔레스타인)-이(이스라엘) 전쟁의 공통점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그 끔찍했던 지난 1950년의 6.25 한국전쟁의 참상을 연상케 하면서 새삼 전화의 비극을 명료한 데자뷔로 불러들이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더욱이 팔-이 전쟁이 우리의 정서에 더욱 민감하고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소지한 정황이 포착돼 주목된다는 부분이다. 10월 1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워 누아르'라는 군사 전문 블로거는 하마스 대원들의 영상에서 "대원 중 한 명은 북한에서 제작된 'F-7 고폭 파편 로켓'을 가진 것을 볼 수 있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주장했다고 한다.
F-7은 로켓추진 유탄(RPG) 발사기로, 중동 지역에 많이 수출돼 왔다고 RFA는 전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하마스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우리 국민들의 촉각이 곤두서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시국을 더욱 뒤숭숭한 가운데로 몰아넣은 단초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얼마 전 러시아의 사실상 독재자인 푸틴을 만났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의 민감한 '제2의 한국전' 발발 불안감 정서를 새삼 건드린 탓이다.
주지하듯 북한의 6.25 남침은 러시아(소련)와 중국(중공)의 사주와 무기.병력 공급을 앞세운 김일성의 한반도 공산화 야욕이 그 근거였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도 관람한 <2023 계룡 군 문화 축제 & 지상군 페스티벌>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특히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그 교훈의 울림이 예년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6·25 한국전쟁에서 전사하거나 실종된 미군은 무려 3만 6000여 명에 달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베트남 전을 제외하고 미국이 치른 국지전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 피해였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의 자유와 번영이 그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제2의 한국전쟁을 막는 길은 더욱 철저한 안보태세의 확립과 함께 하마스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로켓 방어 시스템의 무력화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방공망 붕괴부터 막아야 한다.
"전쟁은 짐승을 위한 것이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르네상스 최대의 인문주의자였던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가 남긴 명언이다. 전쟁은 모든 걸 파괴한다.
홍경석/ 작가, 소설 <평행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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