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열구 대전시개발위원회 회장 |
최근에는 위기관리와 대응에 대한 단어들이 많이 언급된다. 2023년을 대표하는 단어가 퍼머크라이시스 (permanent, crisis의 합성어)이며 위기에 대한 인식과 관점이 많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상시적인 위기 대응 시대이다. 코로나19의 종식 선언이 있었지만, 정부와 국민은 지금도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기후변화, 북핵 위협 등 다양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경제적 어려움에 고민하고 있다. 기업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정답은 조직 구성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 코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재는 이미 조직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미 핵심으로 자리 잡은 미래기획, 미래 전략, 미래 신사업 등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팀들이 주목받아왔다. 비슷한 관점으로 위기를 바라볼 수 있어야 생존의 조건을 갖출 수 있다고 믿는다. 예측이 아닌 위기를 감지하고, 상응 전략을 세우고, 거기서 기회를 찾는 일명 위기 대응팀을 꾸려야 할 시기라고 본다. 다행히 이미 많은 연구 결과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들이 있다. 위기관리 대응책으로 CRO(Chief Risk Officer)라는 직책이 있고 최근에는 그보다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CWO(Chief Worry O.)라는 별동대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위기를 일시적이 아닌 상시적인 것으로 정의하며 관리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TF팀 구성 방식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특정 목표가 생겼을 때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TFT에 비해 CRO, CWO가 이끄는 조직은 상시적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여 위기에 대응함과 동시에 그것을 사업적 기회로 만들겠다는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중소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 흐름에 편승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필자는 민첩하고 유연한 애자일(agile) 조직의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제는 분야의 경계까지 허물어지는 세상이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자유경쟁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당연한 일이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야 살아남는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회사 내에 소속을 정해놓지 않은 일명 프리롤(free role) 역할을 하는 직원을 둘 것을 추천한다. 즉 다양한 조직에 존재하는 소위 불을 보면 달려드는 불나방과 인재들이다. 요즈음 젊은 층이 레트로(복고주의) 감성에 빠져있듯 좋은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힘이 있다. 모든 조직에는 불나방과 젊은 재원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불나방과 성향의 직원들에게 프리롤을 부여해 보자. 평소에는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에 집중하게 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그 문제 해결사로 투입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들면 좋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귀찮은 일이 그들에게는 사명감이 되고 동기부여가 된다. 살아있음을 느낀다고까지 말한다.
평소의 평온함에서 무료함을 느끼고 예상치 못한 일이 불거지면 거기에서 결과를 내고 에너지를 느끼는 타입들은 분명 조직에 함께하고 있다. 그 재능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안타까운 일이며 낭비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시대적 요구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떠오른다. 위기는 더 이상의 기피 대상이 아니며 대응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 내에 이미 존재하는 재원의 소중한 역량을 활용하여 풀어나갈 수 있다. 사내에 함께 생활하고 있는 직원들의 성향을 다시 한번 파악해 보자. 그리고 그간 미처 알아주지 못한 재원이 있다면 그들에게 살아있음을 느낄 기회를 부여하자.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그들에게 시대적 요구를 멋지게 소화할 기회를 준다면 그 영웅은 스스로 희열을 느끼게 되고 조직에 기회라는 복주머니를 가져다줄 것이다. 위기는 위태로움과 기회의 합성어임을 상기하자.
성열구 대전시개발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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