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29개국이 참여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사람을 달에 보내고, 이후 달 유인기지를 건설하고 이를 기반으로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계획으로 되어 있다. 바야흐로 인류가 우주를 적극적인 활동무대로 삼는 시대, 즉 '스페이스 노마드'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실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하고, 경계를 넘어서며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공간적으로도 그렇고 지식적으로도 그러하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특성을 아예 국가의 정신으로 규정했다. 경계를 넘어서려는 프론티어정신이 그것이다. 우주에서도 예외없이 미국은 제일 먼저 진출하는 사람이 자신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볼 때 국민 하나하나가 이미 이러한 진취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유전자분석을 해보면 우리나라는 북방계의 기마민족과 남방계 농경민족이 섞여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진취적인 왕조의 시대에는 외부로 뻗어나가는 성향이 발현되었고, 안정적인 왕조의 시대에는 과학과 문화 등 창의적인 성격이 발현됐다. 진취적인 왕국으로 구분되는 고구려, 발해는 역사연구가들이 예상하지 못한 지역까지 널리 영향을 미친 흔적이 남아있고, 고려는 벽란도를 중심으로 한 해상무역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바 있다. 반대로 안정적인 왕국으로 구분되는 백제, 통일신라, 조선은 과학과 문화로 세계를 압도했다. 첨성대, 금속활자, 측우기, 신기전 등 최초·최고의 과학기술이 꽃피워졌다. 문화적 우수성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의 삼국지위지동이전에 동이족은 예를 숭상하고 가무를 즐겨했다고 하니, 요즘 세상의 엔터테인먼트 문화코드가 이미 고대시대부터 있었던 것이다. 지금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쓰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이러한 진취적인 성격과 문화코드의 결합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일·놀이·사업·휴식의 시대인 '디지털 노마드'시대에 폭발적으로 진가를 드러낸다. 새로운 제품을 먼저 접해보고 운영해보고 문제점을 분석해서 피드백을 하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아예 세계 주요기업들이 신제품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나라, 외국의 팝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한국적인 독창성을 결합해 새로운 문화로 만들어내고 이를 다시 전 세계에 공유하는 나라, 이러한 한국의 진면목이 전 세계가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사회로 접어들면서 보여지게 된 것이다.
이제 인류는 머리를 들어 우주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활동할 새로운 공간으로 우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매력은 충분하다. 지구에서는 고갈돼 가는 지하자원들이 우주에는 무궁무진하게 분포돼 있다. 또 새롭거나 지구에서보다 효율적으로 쓸만한 에너지원들이 존재한다. 우주공간에 공장을 세우면 지구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보다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분야가 많다. 국가는 차세대발사체를 개발하고, 우주탐사계획을 세우고 우주자원활용을 위한 기술개발을 해 우주활동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스페이스 노마드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우리의 진취적인 유전자를 다시금 깨우는 것이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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