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우 회장 |
또 『자치통감(資治通鑑)』 권200 당기(唐紀) 16 「고종 용삭2년 (662)」조에는 지라성(支羅城)과 윤성(尹城), 대산(大山), 사정책(沙井柵) 등을 무찔렀다고 기록돼 있는데, 이러한 기록으로 보아 이 성은 동쪽에 있는 성치산성(城峙山城)과 흑석동산성(黑石洞山城) 및 유성산성(儒城山城), 보문산성(寶文山城) 등 주변의 산성과 연결되는 중요 지점에 있는 산성으로 보인다.
대전 중구에 있는 산성동은 마을 이름이 산성이 있는 동네를 뜻하는 지명이다. 특히 사정동은 대전의 역사 기록에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마을 지명이다. 물론 역사 기록상의 사정성(沙井成)과 대전시 중구의 법정동인 사정동(沙亭洞)이 같은 지명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資治通鑑》 唐紀 16 高宗 龍朔2년 秋7月 丁巳條에 ······ 仁願 仁軌知其無備 忽出擊之 拔其支羅城及尹城大山沙井等柵, 殺獲甚衆分兵守之 福信等以眞峴城險要 加兵守之 仁軌何其稍懈 引新羅兵衣薄城不禁 草而上比明入據其城 遂通新羅運糧之路······ (下略)라 하고 있다.
즉 지라성, 윤성, 대산책, 사정책 등을 함락시키고 바로 이어서 진현성을 공략하고 있다. 더욱이 앞서 수록된 머리글에는 유인원, 유인궤 등이 『大破於熊津之東拔眞峴城』 이라 하여 웅진의 동쪽에서 대파하고 진현성을 격파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사정책 등 모든 성책 들이 웅진의 동쪽에 있으며, 진현성에 가까운 거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 등장하는 진현은 고려시대 이후 오늘날의 진잠으로 이곳에 기록된 모든 성 들은 오늘날 대전 주변의 산성들이다. 따라서 사정성은 오늘날 대전광역시 중구 사정동 소재의 『성재』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 7일 오후 2시부터 대전시 중구 사정동 언고개 교통광장에서 제3회 '산성동 마을 사정성 축제'가 개최됐다. 산성마을 풍물단의 풍물로 시작한 마을 축제는 200여 명의 주민이 참가해 진행됐다. 백제식 복장으로 갈아입은 참가자들은 백제 24대 동성왕, 26대 성왕, 한솔 비타 장군을 새긴 큰 깃발을 앞세워 사정성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사정성에 도착했다. 산성 안에 도착해 먼저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고유제를 올렸다. 그리고 사정성 안에 가장 큰 상수리나무를 백제 한솔 비타 장군을 상징하는 수호목으로 정해 그곳에 참가자들의 염원을 적어 기원하기도 했다. 사정성 행사장에서는 탁본 뜨기, 백제 의복 입고 사진 찍기 등 다양한 행사도 했다. 그리고 산성을 내려와 교통광장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마을 잔치가 펼쳐졌다. 지역 가수와 국악인들의 공연 및 음식과 꽃차 등이 무료로 제공되고, 지역 농산물 판매, 솟대 만들기 체험 등 이었다. 올해 3회째 이어지는 '산성동 마을 사정성 축제'는 관 주도가 아닌 마을 공동체의 주민들이 스스로 이루어 낸 뜻깊은 행사였다.
흔히들 대전은 '산성(山城)의 도시'라 일컫는다. 대전이 다른 지역에 비해 고대 산성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일찍 이에 대한 지역학계의 연구와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활발했던 점도 그 이유일 것이다. 늦었지만 대전시도 '산성(山城)의 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한 종합 정비 사업 제1단계를 시작했다. 작년부터 대전시는 갑천 수계 흑석동산성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월평동산성과 질현성, 능성, 적오산성, 사정성, 도솔산보루 등 총 7개 산성을 순차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화유산의 발굴과 복원도 중요한 일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산성 축제'는 마을 공동체를 더욱 공고하게 하고 대전의 산성이라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는 의미 있는 일이다. '산성의 도시'라는 도시 정체성과 산성의 보존과 활용이라는 면에서 시민들과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한 때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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