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당과 정당, 그 무리를 구성하는데 정치적 견해가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에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모두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결사체라는 점에서 이같이 생각해도 큰 오류는 없을 듯하다.
선조 때 동인과 서인 대립이 시초였다. 그 이후 광해군 때 동인이 북인과 남인으로 갈라섰고 서인은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았다. 숙종 대에 이르러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분화했다.
붕당은 공론정치 활성화와 정파 간 견제로 조정(朝廷)의 균형을 맞춘 긍정적 평가에도 폐해도 만만치 않았다.
임진왜란 발발 이전 일본을 다녀온 동인과 서인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동인은 "침략 정황 없다"고 보고했고 서인은 "공격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금과 신하가 한뜻으로 뭉쳐 왜적의 침략을 대비해도 모자랄 판에 붕당 간 대립으로 이를 위한 시간을 허비했고 그 결과 7년 전란으로 이어지며 민생은 피폐해졌다.
당파싸움이 민생을 돌이킬 수 구렁텅이 속으로 몰고 갈 수도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40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정치가 민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다.
다행스럽게 지난 6일 여야가 밀린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는 했지만 국민 눈높이엔 한 참 못 미친다.
민생과 동떨어진 정쟁을 일삼는 것이 흔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고성과 막말을 난무하는 것은 예사고 국회법에서 정해진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기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런 국회 모습은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치킨 게임을 하는 대결의 장이라도 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싶다.
여야가 민생을 내팽개치면서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욱 키우고 있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정부·여당과 제1야당 지지율 동반하는가 하면 정당 지지도에서 무당층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쯤 되면 조선 붕당의 폐해보다 지금의 한국 정치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정치가 권력 쟁탈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보면 싸움은 불가피하다. 당이 다르건 같건 주류(主流)의 핵심으로 가기 위해선 상대를 균열 내야 하기 탓에 싸움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정기국회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민생의 시간이다.
충청권은 국가균형발전 백년대계인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제2집무실 조기 건립을 위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
'과학수도' 대전의 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예산 증액의 숙제도 있다. 무려 16.6%가 삭감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복구에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충청권 메가시티 건설을 위한 예산도 챙겨야 한다. 충청권 광역철도, 2027년 충청권 하계 유니버시아드 예산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현안 입법도 시급하다.
'과학수도' 대전의 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대전특별자치시 특별법과 충북의 발전을 앞당기기 위한 중부내륙특별법을 내년 총선 이전 처리가 마땅하다.
다산(茶山)은 늘 민생국계(民生國計), 어떻게 하면 백성을 편안하고 잘살게 할지와 좋은 나라를 만들지 고민했다고 한다. 지금 국회는 다산의 혜안이 필요하다.
<강제일 서울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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