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03완전작전 당시 중국 미신고 선박이 정박하고 밀입국자들이 바다에 뛰어든 대천항 앞바다 현장. 밀입국자들은 수영해 해안에 접근했다. (사진=임병안 기자) |
#2. 2023년 10월 3일 보령시 대천항에서 택시에 탑승한 중국 국적의 밀입국자 B씨는 경기도 안산의 지인 집까지 단숨에 찾아갔다. 서해와 맞닿은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출발한 밀입국선이 오전 1시 50분께 보령 앞바다에 도착했을 때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통해 백사장에 함께 발을 디딘 밀입국 시도자 21명이 검거될 때 그는 홀로 포위선을 넘어 150㎞ 떨어진 안산까지 숨어들었다. 밀입국 전에 한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육군의 관측과 경찰의 조기 검거가 아니었다면 완전잠입으로 귀결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바닷길을 이용한 밀입국 시도가 해안선이 복잡하고 국경에서 거리가 짧은 서해안에서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한국 밀입국을 희망하는 중국인을 모집해 루트를 소개하는 알선책이 산둥성 일대에서 여럿 활동 중으로, 공식적으로 재입국이 어려운 이들이 한국을 다시 찾는 수단으로 해상 밀입국이 쓰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공작원이나 간첩이 밀입국자로 위장해 국가 중요시설과 주요 인사가 밀집한 세종과 대전을 목표로 상륙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안보와 치안에 핵심 최전방으로 충남 서해안이 지목되고 있다.
2020년 태안 해변에 밀입국에 사용된 소형 선박 모습. (사진=중도일보DB) |
불법체류나 범죄 등의 이유로 국내에서 강제퇴거나 추방된 전력으로 공식적으로 재입국이 어려운 이들이 한국을 다시 찾는 수단으로 해상 밀입국을 시도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충남 태안군 중국인 밀입국 사건의 경우 해양경찰에 검거된 21명 중에 17명은 밀입국 전 한국 체류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서 여러 이유로 강제퇴거 되거나 추방된 이후 중국 현지에서 생활고를 겪거나 정상적인 절차에서는 재입국이 어려워지자 해상 밀입국을 감행하는 것이다. 중국 밀입국 조직은 밀입국을 희망하는 이들을 모집해 선박이나 소형보트로 한국에 숨어들 수 있는 수단을 소개하거나 직접 데려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어선을 직접 운항해 서해를 건너 충남 서해안에 접안하거나 화물선, 컨테이너 선박, 벌크선박, 소형 고무보트, 소형 레저보트 등의 다양한 수단이 밀입국에 악용되고 있다. 야간이나 안개 끼는 계절을 이용해 소형 고무보트나 소형 레저보트를 타고 직접 밀입국을 하거나, 중국 어선을 타고 서해 공해상까지 도착한 후에 밀입국 모집책이 중계한 한국 어선에 옮겨 탑승해 어민처럼 위장해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10월 3일 보령 밀입국 시도 사건에서도 해수욕장 주변으로 상륙을 시도했는데 레저용 선박이나 낚시배가 많이 다니는 곳에서 정상적인 선박에 뒤섞여 우리군과 해경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노연상 한남대 교양학부 교수는 치안정책연구소의 학술지 '치안정책연구'에 게재한 논문 '중국인 해상 밀입국 범죄의 현황과 대책'에서 "밀입국 조직은 중국의 현지 모집책 조직과 국내의 조력자 조직이 연결되어 모집·운송·조력 등으로 업무를 상호 분담하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육상에서 수사나 추적을 하기에 앞서 해안경비를 철저히 해 예방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보령지역 해양경계 통합방위를 지휘하는 김관수 32사단장과 김동일 보령시장, 김창곤 7해안감시기동대대장, 황순평 보령경찰서장,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10일 제7해안감시기동대대 표창식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육군 제32사단 예하 7해안감시기동대대가 10월 3일 오전 1시 50분께 대천항 앞바다에 나타난 미신고 선박을 발견하면서 '103완전작전'은 시작됐다. 7해안대대가 감시 중인 열영상감시장비(TOD)에서 위치발신장치 신호가 없는 선박이 해안으로 접근하는 것을 확인하고, 내륙에서 3㎞ 떨어진 해상에서 3~4명씩 바다에 뛰어들어 밀입국을 시도하는 때부터 해안기동타격대가 출동했다. 밀입국자들은 해안가 바위 밑에 2~3시간씩 숨어 적발을 회피하고 상륙해서도 수산시장에 숨거나 차량 밑에 몸을 숨기는 등 마지막까지 잠입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7해안대대는 바다에 뛰어들어 상륙하는 밀입국 시도자들이 넓은 해안가에 흩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예상 도주로에 차단선을 점령함으로써 밀입국자 22명 중에 21명을 현장에서 검거하고, 나머지 1명도 경기도 안산에서 경찰이 체포할 수 있었다. 이번에 붙잡힌 밀입국자 대부분 전에 한국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었고, 일부는 강제추방돼 재입국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군에서 밀입국 선박 감시와 검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북한공작원이나 간첩이 밀입국자로 위장해 상륙을 시도해 전국을 활보한다면 우리의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2020년 태안 모터보트 밀입국 사건이 발생하고 그해 6월 세종시청에서 개최된 군·경·행정 통합방위협의회에서는 밀입국 아닌 침투에 목적이 있다면 목표는 국가 중요시설이 밀집한 세종과 대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103완전작전' 때 해안기동타격대를 이끈 남기명 소위는 "부대원들이 제 위치에서 제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였기에 가능했고, 평소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번 작전을 통해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7해안감시기동대대는 레이더 기지에 대대 병력이 상주하는 방위 체계로 2022년 11월 창설돼 소초장부터 사단장까지 작전을 실시간 공유하는 첨단 작전 시스템을 확립했다.
김관수 32사단장(소장)은 10일 보령 7해안감시기동대대에서 개최된 103완전작전 표창식에서 "우리군에서 '완전작전'이라고 이름 붙였을 만큼 빈틈없는 경계작전을 선보였고 2020년 밀입국 사건 이후 통합방위 작전능력을 보여주었다"라며 부대원을 치하하면서 "완전작전이 있었다고 해서 같은 위협과 밀입국 시도가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여러 차례 지속적으로 시도될 것임으로 언제 어느 때라도 이번 같은 작전을 수행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선 위치발신기 점검 동참
해경에 적발된 밀입국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118명이었다가 2021년 2명으로 공식 통계상 감소했으나, 밀입국 계획이나 수법은 점차 지능화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보령 밀입국 시도 사건처럼 20여 명이 일시에 숨어드는 사건이 몇 차례만 반복돼도 사회적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밀입국 경향을 보면,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시에서 가장 짧은 항로인 태안반도에 직접 접안하거나, 산둥성 룽청(榮成)에서 전북 군산으로 밀입국하는 수단이 전망된다. 소형 고무보트나 레저보트로 해상을 건널 수 있고 새벽은 물론 복잡한 해안선에 숨어 대낮에도 침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 랴오닝성 다롄과 단둥 또는 허베이성 텐진에서 선박으로 충남 당진이나 경기도 평택으로 접근하는 방식도 예상되고 있다. 가짜 선원수첩에 사진을 부착해 위조한 후에 정식 선원처럼 속이고 밀입국을 시도하거나, 정상적인 선원으로 일을 하다가 정박한 선박에서 바다에 뛰어들어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더욱이 밀입국 선박을 감시하는 우리군과 해경에서는 위치발신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우리 어선과 10해리(18.52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수상레저활동을 할 때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한 규정을 지키지 않은 보트 등으로 경계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경에 적발된 수상레저활동 원거리활동 미신고의 경우 2019년 48건에서 2021년 63건으로 증가 추세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해안대대나 해경에서도 미신고 선박이 접근해 타격대가 출동했으나 실제로는 어선위치발신장치를 작동하지 않은 우리 어선인 경우의 오인출동이 잦아 실제상황 대비를 어렵게 하고 있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치안총감)은 이날 표창식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는 세력이 있고 이를 중계하는 브로커가 활동 중으로 불법체류로 본국으로 송환되면 다시 밀입국을 시도하고 그 수단과 방법은 고도화되고 있다"라며 "해안에 접근했을 때 감시와 군과 경찰의 공조 작전은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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