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숙 화가의 '누드전' |
세종시 영평사 '구절초 꽃 축제'에서 누드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어 화제다.
7일부터 세종시 장군면에 위치한 '영평사'에서 열리고 있는 정봉숙 화가의 누드전은 전통 동양화 기법인 수묵에 의한 누드전이 아닌 화려한 물감을 활용한데서 오는 점에서 관람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봉숙 화가는 1887년에 붓을 놓았다가 2015년 다시 붓을 잡게 되어 제2의 탄생이라 하며 30년의 공백기간이 있음을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님, 아버님의 병환으로 유학길을 접고 꿈도 사랑도, 자신의 삶까지도 나중으로 미루며 세상과 단절하며 오로지 깊은 병환에 드신 어머님과 아버지 그리고 조카 딸과 지내온 세월이 30년인 것이라 했다.
정봉숙 화가의 효성에서 오는 말을 들어보자.
"힘은 들었어도 제가 생명을 돌 볼 수 있다는 것은 더 큰 기쁨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삶이 더 행복하였던 것 같습니다. 제 작품 저 밑에는 그 30년의 세월도 숨길 수 없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30년보다 근래 지낸 3년이 더 길었던 것 같습니다. 한 예술가인 저는 세상에 나와 참으로 혹독하게 살아가는 법을 치러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을 30년에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 같이 온 힘을 다 바쳐 치뤘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법에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덕에 저는 많이 성장했고, 흔들리지 않는 득력을 얻었습니다. 저에게 요번 전시는 제3의 탄생인 것입니다. 이제 고희(古稀)를 향하여 아름답고 멋지게 살 것입니다. 이번 영평사 정봉숙 대작 초대전인 '부처 그리고 생명展과 보살전(Exhibition of Bodhisattva)'은 사찰에서 여인과 나체展을 하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여인의 모습은 어머님처럼 관세음보살로, 때로는 화신으로 내게 다가와 큰 위로와 구제(救濟)에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관람하실 때는 그림 속 나체 인물인 '보살'은 바로 '나' 자신이라 여기며 보시면 바로 공감하실 수 있습니다. 세상에 가장 소중한 내 자신이기에 머리에는 왕관도 씌우고, 참된 내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금박 오브제도 사용하였습니다. '부처 그리고 생명전'은 부처님의 기운을 받아서 그런지 작품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들 말씀하십니다. 저도 전시를 하면서 제 작품의 느낌이 예전 같지 않아 스스로 놀랐답니다. 정봉숙 작품이 물 만났다고까지 호평을 해주시는 분도 계셔서 많이 기쁩니다. 밤 늦게까지 연이어지는 관람분들에도 감사드립니다. 향원 정봉숙 서양화가"
정봉숙 화가의 어머니께서 그린 그림 |
병약하신 부모님을 돌보느라 자신의 모든 삶을 포기했으니 그런 삶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으랴. 정 화가의 부모님 돌봄은 실패하지 않은 가족의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사랑의 본질, 희생의 고귀함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에서 돌봄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립과 고통이라는 숙명을 건너, 회복 탄력성에 대한 놀라운 경험과 신뢰와 지지에 기반한 따사로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기에 오늘 이렇게 벗겨져 알몸이 된 보살들이 '어머니'로 보이고 '부처'으로도 보이게 됐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정 화가의 이 누드 그림을 '성화(聖?)'로 명명하고 싶다. 또한 환성 주지스님도 그런 느낌을 받았기에 성스러운 부처님을 모신 자리에 이번 전시회를 승낙하셨을 것이다.
정 화가는 그 어머니에 대하여, "태산도 무너뜨릴 것 같은 힘으로 저희 가족을 건사하시던 엄마는 세 차례의 중풍으로 3살 먹은 아기와 같았습니다. 그 엄마의 모습에서 나이 먹은 내 모습과 오버랩이 되어 저는 내 자신을 돌보 듯 모든 일상을 함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마저 쓰러지셔서 두분의 병환속에 어찌 지냈는 지~~결국 아버님이 83세에 먼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버님이 돌아시니 어머님 눈 속에 외로움은 달랠 길이 없었습니다.어찌할까 생각에 어느날 어머니 오른 손은 마비가 되셔서 왼 손에 크레파스화를 끼워드리니 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하셨던 분이 그림을 척척 그려내셨습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그림이 제 어머니께서 그린 그림입니다." 라고 자랑스럽게 웃어 보였다.
기대가 크다.
병마에 시달려 노쇠하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30여 년간이나 붓을 들지 않았다 하니 그 효심으로 화단(?壇)에 정진하기 바란다. 그 아름다운 손길에서 성화(聖?)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래서 제3의 인생길을 멋지게 살기 바란다.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도, 사랑이 많으신 부처님도, 또한 이 그림을 보고 감동에 빠져버린 필자도 함께할 것이다.
김용복/극작가, 평론가
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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