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전문가와 언론에 따르면, 내년도 나라살림은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2.8% 인상한 656조 9000억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예산안은 건전재정의 기조 하에서 편성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고강도 긴축재정의 편성임은 틀림이 없다. 이 같은 편성이 국가채무가 1000조가 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나온 것이라고 이해하면서도, 59조원에 이르는 '세수펑크'에서 근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긴축재정은 필연적으로 서민복지의 감소와 미래먹거리인 연구개발(R&D)의 축소, 그리고 지방재정의 결손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지방재정에 한해서만 살펴본다면, 정부 예산안은 지방정부에게 많은 어려움을 안겨주고 여러 가지 난제를 던져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75조 2000억원으로 편성한 지방교부세가 내년에는 8.5조원이 삭감되는 것으로 편성하는 바람에 중앙정부의 지방보통교부금이 대략 14.7%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기불황으로 올해 지방정부의 지방세 수입이 지난 해보다 9.9% 줄어들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비수도권 지역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유추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광역자치단체이건 기초자치단체이건 간에 지방정부는 가용 재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재정 운영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함은 마땅하다. 나아가 정부 부처들의 지역내 진행 사업과 신규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정부의 지원과 국회의 협력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타지역과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예산안을 심사할 지역 국회의원들과 '2인3각'으로 함께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긴밀한 소통과 협력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현재 충청지역 국회의원은 28인에서 비례대표 의원 1명이 당협위원장으로 추가되어 29인이며, 이 가운데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은 전체 50인 중 5인이다. 많지 않은 의원수이기 때문에 심사과정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을 수 있겠지만, 결속력을 발휘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잘 알다시피, 내년은 총선이 있기 때문에 정당들과 국회의원들은 이번 정기국회에 사활을 걸고 임할 것으로 예측된다. 두 개의 거대 정당은 아직도 병폐로 남아 있는 지역주의에 편승해 특정 지역에 보다 많은 혜택를 주고자 할 것이고, 지역구 국회의원은 자신의 선거구에만 해당되는 성과를 내고자 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정당의 지역적 연고에서 벗어나 있거나 균형적인 여야구도를 지니고 있는 지역은 부문간 형평과 지역간 균형을 목표로 하는 국가발전에서 소외될 수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선거구의 민원에 매달리게 됨으로써 지역의 숙원과 현안 해결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충청지역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통합적이고 대승적인 정치인의 정도를 걷기를 바라는 것이 헛된 꿈으로 끝나지 않기를 염원해 본다.
물론 적대와 혐오의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는 여야관계에서 이 같은 공적 마인드와 사려 깊은 정치적 선택이 가능하겠는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유권자들의 예리한 주시와 현명한 판단을 믿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치세계는 공덕을 쌓은 만큼 권력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공정한 영역임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 국회의원들의 헌신적인 선전에 경의를 표하고 응원을 보내고 싶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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