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기계화되어 사람들은 편리를 얻었지만 한 편으론 따뜻한 가슴을 잃어 가고 있다. 인간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순박하기만 했던 농촌 인심도 이제는 많이 변했다. 도시를 닮아간 지 오래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기를 "각박한 사회니, 인간성 상실의 시대니…" 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엔 훈훈한 정으로, 따뜻한 가슴으로, 희망을 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라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지탄받아야 할 사람보다는 칭송받으며 살아야 할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사회악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남모르게 좋은 일 해가며 선하게 사는 사람이 훨씬 많은 세상이다.
냉혈 가슴으로 주변을 싸늘하게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온혈 가슴으로 사회를 훈훈하게, 살맛나게, 하는 사람이 더 우세하게 사는 세상이다.
얘기가 나온 김에 주변을 훈훈하게 하는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다.
어느 이른 아침, 커피가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내 앞에 남루한 옷을 입은 비쩍 마른 한 여인이 커피 한 잔 값을 치르기 위해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세고 있자 계산대에 있던 직원이 말했다.
"저기 있는 빵도 하나 가져가세요."
여인이 잠시 멈칫하자, 직원은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제가 사는 거예요. 오늘이 제 생일이거든요! 좋은 하루 되세요…."
그 여인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빵 하나를 들고 나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내 가 그 남자 직원에게 말했다.
"생일 날 그 여인을 위해 빵을 사 주다니 멋지십니다. 생일을 축하해요!"
계산대의 직원이 고맙다는 시늉으로 어깨를 으쓱하자 그 옆에서 일하고 있던 다른 직원이 말했다.
"가난한 사람이 오는 날은 언제든 이 친구의 생일이에요. 하하하…."
"그러면…" 내가 말을 이으려고 하자 계산대의 직원이 말했다.
"저는 그저 그 분이 먹을 것을 살 만한 충분한 돈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서…."
나는 커피를 들고 나오면서 "잔돈은 필요없다"며 말했다
"그것은 당신 거예요."
"손님, 하지만 이건 너무 많은 데요!"
그 때 내가 말했다.
"괜찮아요.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일화의 주인공처럼 우리도 또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한테는
넉넉한 마음으로 그들의 식량이 돼 주는,
하늘의 마음으로 숨을 쉬는 그런 영장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오늘은 내 생일,
내일은 네 생일로 살 수는 없는 걸까!
아니, 그 넉넉한 마음으로
가슴의 체온을 나눌 수는 없는 것일까!
쌈짓돈 챙기느라
정신없는 수전노보다
기쁨 주는 산타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넉넉한 마음으로 하나 되어
너와 나를 챙기고 배려하는
갑순이로, 돌쇠로, 살았으면 좋겠다.
당신 가슴은 몇 도로 살고 계십니까!
용광로 가슴으로 사십니까?
아니면, 체온 없는 강장 동물로 사십니까?
이것도 아니라면
열대, 한대, 어느 쪽의
가슴으로 살고 계신 것입니까 ?
내 가슴은 더운 피가 흐르고 있을까!
아니면, 냉혈 동물에 적을 둔 괴물의 피가 흐르고 있을까!
당신 가슴은 몇 도로 살고 계십니까!
열혈 가슴입니까, 아니면, 냉혈 가슴입니까?
한 가슴으로 여러 가슴 따뜻하게 하는 삶이 내 것은 될 수 없는 것일까!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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