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당신 가슴은 몇 도로 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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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당신 가슴은 몇 도로 살고 계십니까!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 승인 2023-10-06 22:36
  • 수정 2023-10-16 11:1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산업화시대가 되다 보니 모든 게 기계화되어 가고 있다. 도시는 물론 농촌까지도 문명의 그늘이 모든 것을 뒤덮고 말았다. 과거에는 땀 흘려 하던 농사일도 이제는 기계가 그 몫을 다하고 있다. 손으로 일일이 하던 모내기도 벼 이식기가 다해 주고 거두어들이는 것도, 탈곡하는 것도, 논배미 현장에서 다 기계로 해결되고 있다.

모든 게 기계화되어 사람들은 편리를 얻었지만 한 편으론 따뜻한 가슴을 잃어 가고 있다. 인간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순박하기만 했던 농촌 인심도 이제는 많이 변했다. 도시를 닮아간 지 오래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기를 "각박한 사회니, 인간성 상실의 시대니…" 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엔 훈훈한 정으로, 따뜻한 가슴으로, 희망을 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라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지탄받아야 할 사람보다는 칭송받으며 살아야 할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사회악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남모르게 좋은 일 해가며 선하게 사는 사람이 훨씬 많은 세상이다.



냉혈 가슴으로 주변을 싸늘하게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온혈 가슴으로 사회를 훈훈하게, 살맛나게, 하는 사람이 더 우세하게 사는 세상이다.

얘기가 나온 김에 주변을 훈훈하게 하는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다.

어느 이른 아침, 커피가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내 앞에 남루한 옷을 입은 비쩍 마른 한 여인이 커피 한 잔 값을 치르기 위해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세고 있자 계산대에 있던 직원이 말했다.

"저기 있는 빵도 하나 가져가세요."

여인이 잠시 멈칫하자, 직원은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제가 사는 거예요. 오늘이 제 생일이거든요! 좋은 하루 되세요…."

그 여인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빵 하나를 들고 나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내 가 그 남자 직원에게 말했다.

"생일 날 그 여인을 위해 빵을 사 주다니 멋지십니다. 생일을 축하해요!"

계산대의 직원이 고맙다는 시늉으로 어깨를 으쓱하자 그 옆에서 일하고 있던 다른 직원이 말했다.

"가난한 사람이 오는 날은 언제든 이 친구의 생일이에요. 하하하…."

"그러면…" 내가 말을 이으려고 하자 계산대의 직원이 말했다.

"저는 그저 그 분이 먹을 것을 살 만한 충분한 돈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서…."

나는 커피를 들고 나오면서 "잔돈은 필요없다"며 말했다

"그것은 당신 거예요."

"손님, 하지만 이건 너무 많은 데요!"

그 때 내가 말했다.

"괜찮아요.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일화의 주인공처럼 우리도 또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한테는

넉넉한 마음으로 그들의 식량이 돼 주는,

하늘의 마음으로 숨을 쉬는 그런 영장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오늘은 내 생일,

내일은 네 생일로 살 수는 없는 걸까!



아니, 그 넉넉한 마음으로

가슴의 체온을 나눌 수는 없는 것일까!



쌈짓돈 챙기느라

정신없는 수전노보다

기쁨 주는 산타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넉넉한 마음으로 하나 되어

너와 나를 챙기고 배려하는

갑순이로, 돌쇠로, 살았으면 좋겠다.



당신 가슴은 몇 도로 살고 계십니까!



용광로 가슴으로 사십니까?

아니면, 체온 없는 강장 동물로 사십니까?



이것도 아니라면

열대, 한대, 어느 쪽의

가슴으로 살고 계신 것입니까 ?



내 가슴은 더운 피가 흐르고 있을까!

아니면, 냉혈 동물에 적을 둔 괴물의 피가 흐르고 있을까!



당신 가슴은 몇 도로 살고 계십니까!

열혈 가슴입니까, 아니면, 냉혈 가슴입니까?



한 가슴으로 여러 가슴 따뜻하게 하는 삶이 내 것은 될 수 없는 것일까!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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