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2021년에 비해 8000명이 증가한 265만 3000명으로 이는 전체 인구 대비 5.2%에 달하는 수치며, 특히 2010년 37.1%였던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에는 52.8%(140만 2000명)에 달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장애인 수 증가는 사고나 질병의 증가로 인한 것보다 인구의 고령화와 관련이 높다는 것이다.
2023년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에서 발표한 '2023년 장애인 건강보건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일반건강검진 결과 질환자로 판정받은 비율이 장애인은 47.8%, 비장애인은 23.5%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만성질환 유병률의 경우, 전체적으로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1.7배 높은 유병률을 보였고, 보유한 만성질환의 평균 개수 역시 장애인(3.3개)이 비장애인(2.4개)에 비해 1.38배였다. 특히 치매질환율은 장애인(13.0%)이 비장애인(1.7%)에 비해 7.6배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장애인들은 장애 그 자체로 고통받는 것 외에도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회복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낮은 특징을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장애인은 감기 같은 흔한 병에만 걸려도 비장애인들보다 건강 상태의 저하가 크고 회복도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애인들에게는 평소 건강관리가 더욱 중요할 것이나, 실제로는 장애인들의 의료 접근성은 오히려 비장애인들보다 낮은 편이다. 2020년 수검률(검진을 받은 사람의 비율)에서 장애인의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57.9%, 암 검진 수검률은 39.2%로 비장애인에 비해 약 10%씩 낮은 경향을 보인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에서는 장애인의 건강검진 미수검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으로 검진기관까지 이동의 불편과 장애인용 검진장비의 부족, 경제적 이유, 의사소통 불편 등을 꼽았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낮은 의료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치의'란 단순히 치료를 잘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의료인이 평소 가까이에서 장애인의 건강상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상담하고, 필요 시 간단한 처지를 해주거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안내해주는 일종의 '건강 전문비서' 역할을 말한다. 이러한 장애인의 평소 건강관리에 한의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사실 단기적인 한의학적 치료로 장애인의 신체 구조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장애유형 중 가장 많은 지체장애(44.3%)를 비롯해 대부분의 장애인은 거동에 불편함으로 인해 활동량이 부족하기 마련인데, 한의학에서는 기혈순환을 촉진하거나 면역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통해 움직임 부족으로 인한 생리적 기능의 저하를 회복시키는 데 강점이 있다. 다시 말해, 불편증상 하나를 타겟으로 치료하기보다 평소 전반적인 인체의 균형을 관찰하고 조절함으로써 불편증상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미리 관리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건강주치의 역할을 담당하기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한의학이 포함되지 않아서 개별적인 외래진료나 방문진료 사업을 통해 부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한의계가 장애인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기회가 정책적으로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한의계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한의학적 관리의 효능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증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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