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영화의 이면 '거미집'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영화의 이면 '거미집'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3-10-05 08:35
  • 수정 2024-02-06 10:41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거미집
당연하게도 영화란 카메라로 찍은 것을 영사기로 스크린에 비추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모든 일은 카메라 뒤에서 계획됩니다. 카메라 앞의 일들도 촬영 전에 준비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작 촬영된 것들로 이루어진 영화 작품은 카메라 뒤의 일, 촬영 전의 것들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카메라로 촬영한 것들만이 스크린에 비춰질 따름입니다.

이 영화는 카메라 뒤의 일,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벌어진 것들을 보여줍니다. 그러니 영화에 대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작자와 매니저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 '바빌론'과는 관점이 다릅니다. 1960년대와 70년대 활동한 천재적인 감독 김기영을 모티프로 합니다. 종합 예술이자 집단 창작물인 영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 산업, 오락, 문화, 기술, 예술 등 다양한 접근이 가능합니다. 이 작품은 영화를 감독의 예술로 보려는 방향에서 진행됩니다. 영화 '거미집'을 제작하는 과정을 그리는 이 작품 속에도 제작자, 배우, 스태프, 검열관 등 감독 말고도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입장과 욕망, 이해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을 다 아울러서 한 편의 작품이 되도록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감독이고, 그에게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열망이 있습니다.

문학, 연극, 미술, 음악 등 연원과 역사가 지극히 오랜 예술 분야들과 달리 영화는 불과 100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 근대적 장르입니다. 많은 예산이 들기에 투자를 받고, 그러니 흥행을 통한 수익 창출이 필요합니다. 감독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제한된 시간, 예산, 배우들의 출연 조건에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무언가 성취하고자 하는 간절한 예술 의지가 작동합니다. 2차 대전 후 일군의 프랑스 영화 비평가들이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감독들의 이런 특징을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를 '작가주의(auteurism)'라 불렀습니다. 존 포드, 하워드 혹스 등의 감독이 그들입니다.

김기영은 6, 70년대 한국 영화 시스템 속에서 아주 드물게 작가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할 만한 감독입니다. 이른바 너무 일찍 도착한 천재입니다. '하녀'(1960), '화녀'(1971), '충녀'(1972) 등 지금도 리메이크되거나 문제작으로 거론될 만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신상옥 감독의 거대 스튜디오 신필름, 문화공보부 검열 담당자 등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내용들도 흥미롭습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성구청소년수련관 2024 전국 우수 청소년운영위원회 선정… 6년 연속 쾌거
  2. [풍경소리] “다쳐도 좋을 마음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
  3.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경북의 대표 문화공간 <청송야송미술관>
  4. 대전태평중, 대전경찰청과 등굣길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9월16일 월요일
  1. "뉴 라이프 웰리스 유성온천"… 유성온천지구 활성화 외국인 팸 투어
  2. '아~ 식민과 제국의 교차로, 대전역이여' 문학 속 대전정거장은?
  3. 6경기 무패행진 대전하나시티즌…무엇이 달라졌나
  4. [충남 단풍 생태여행지를 소개하다] 5. 성주산 자연휴양림
  5. 산림청, 추석 연휴 산림재난 비상근무… "안전 이상 무"

헤드라인 뉴스


대전오월드서 불꽃놀이 중 화재…부여서 벌초하러 가던 차량 추락사고

대전오월드서 불꽃놀이 중 화재…부여서 벌초하러 가던 차량 추락사고

추석 연휴 기간인 주말 사이 대전과 충남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16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15일 오후 8시 43분께 중구 사정동 오월드에서 불꽃놀이 행사 중 화재가 일어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인력 36명, 장비 13대를 투입해 25분 만에 불을 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꽃놀이 파편이 인근 소나무 가지에 떨어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부여에서는 산에 벌초를 하러 가던 일가족이 탄 차량이 절벽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 충..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돈 잃을 뻔한 70대…경찰·은행이 피해 막아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돈 잃을 뻔한 70대…경찰·은행이 피해 막아

추석을 앞두고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3000만 원을 인출하려던 70대 어르신을 경찰과 은행원이 발견하고 사전에 피해를 막았다. 16일 대전대덕경찰서에 따르면, 70대 노인 A 씨는 지난 9월 12일 국민카드와 금융감독원 직원, 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협박 전화를 받았다. "본인(피해자) 명의로 카드가 발행돼 해외로 1억 7000만 원이 송금된 이력이 있어 불법자금으로 처벌된다며 3000만 원의 카드론 대출을 받으라"는 연락이었다. A 씨는 당일 카드론 대출 신청을 한 후 다음날인 13일 오전 11시께 카드론 대출금을..

추석 맞이 옛날신문 시리즈(2)  `TV편성표로 본 방송 3사의 시청률 전쟁
추석 맞이 옛날신문 시리즈(2) 'TV편성표로 본 방송 3사의 시청률 전쟁

30년 전 추석에는 어떤 TV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방영됐을까? 다채널 시대인 요즘도 명절을 전후해 영화 개봉작을 비롯해 '아이돌 체육대회'등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 휴일을 맞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다. 유튜브나 SNS 등 손안의 미디어가 확대되면서 과거에 비해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진 않지만, 추석 연휴 안방극장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흥밋거리다. 1995년 추석은 9월 9일이었다. 당시 중도일보는 9월 8일자 지면 11면과 12면 2개면에 추석연휴 TV프로그램 편성표를 실었다. 종합편성 채널이 없었던 당시에는 방송..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

  • 이제는 사라진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진 명절 모습

  •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버스전용차로 시행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버스전용차로 시행

  • ‘추석 연휴에도 진료합니다’…대전 5개 보건소 순차적 비상진료 ‘추석 연휴에도 진료합니다’…대전 5개 보건소 순차적 비상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