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에서 느닷없이 성 관련 책이 논쟁을 일으켰다. 시작은 지난 5월 충남의 보수성향 학부모 단체가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성교육·성평등을 주제로 한 어린이책을 폐기처분하라고 제기한데서 비롯됐다. 충남도의회에서도 언급돼 논란을 부추겼다. 대전의 한 단체도 청소년에게 문란한 성행위를 조장하는 음란도서 퇴출을 위한 시위를 전개할 것이라고 동조했다. 공공도서관에 대한 보수·종교 단체의 지속적인 민원성 협박으로 급기야 몇몇 도서관은 해당 도서를 서가에서 제외했다. 출판계는 '사실상의 도서 검열'이라고 우려한다. 자신들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책을 좌지우지 한다는 게 말이 되냐는 얘기다. 경향신문도 이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기사와 사설, 오피니언 칼럼을 통해 보수단체의 '도서관 검열'을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미켈라 무르자는 <파시스트 되는 법>에서 "파시즘은 모든 사람에게 파시즘이 사라졌다고 믿게 한 뒤에야 비로소 그 어느 때보다 바이러스 같은 모습으로 불쑥 나타나는데, 그것이 맨 먼저 민주주의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킨다"고 일갈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말이다. '공산전체주의' 운운하는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파시스트 아닐까. 윤석열 정부가 'MB 정부의 귀환'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MB 정부보다 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참모나 고위 공직자들을 기용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대기, 김은혜, 김태효, 추경호, 이주호, 김영호, 한화진, 이동관. 열거하는데 숨이 찰 지경이다. 거기에다 9월 13일 개각에선 유인촌을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유인촌은 이명박 정부의 문체부장관을 지내면서 국정원과 함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인물이다. 유인촌은 "임명된다면 그런 문제(블랙리스트)를 다시 한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시 한국 사회에 검열의 광풍이 불 조짐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장악 기술자'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아주 신바람 난 모양이다. 이동관은 "괴벨스가 안타까워할 만한 가짜뉴스" 라며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보도와 관련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언급했다. 가짜뉴스 심의가 접수되면 원스톱으로 즉각 선제 조치를 요구하겠다는 의미다. 언론에 대해 사전 검열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는 '가짜뉴스'로 낙인찍어 재갈을 물리겠다는 심산이다. 군사정권의 서슬 퍼런 시대가 연상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언론, 문화예술계는 '자기 검열'에 빠지게 된다. 권력자의 눈치를 보게 되면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사회. 생각만 해도 소름끼친다. "퇴폐와 도덕적 타락을 거부합니다!"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가 군중들이 도서관에서 나온 수천 권의 책을 불태우는 장면을 보면서 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골백번 외치는 '자유'. 윤석열 정부는 '억압'이라 써놓고 '자유'로 읽는 건 아닌지. <지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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