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 교수 |
올해 8월 천안시는 K-컬처 박람회를 21억의 예산으로 개최했다. 박람회라는 행사명을 볼 때 지역축제의 목적과는 다르게 K-컬처를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이에 대한 우위를 선점해 천안시 더 나아가 충남도가 K-컬처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역량인 K-컬처를 천안이라는 지역이 선점하기 위해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과연 충남과 천안시가 K-컬처 산업 생태계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왔고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이러한 한계는 21억을 투입한 주요 프로그램에도 나타났다. 주요 프로그램이 인기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공연과 아트 공예 체험 등 문화행사로 대부분 채워줘 있었다.
박람회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인 산업전시관이나 페어형식의 K-컬처 유통마켓은 운영되지 않았다. 천안시는 독립기념관에서 행사를 개최하면서 '충청의 정신' 즉 애국열사의 고장과 독립운동의 산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박람회 개최공간으로서 천안독립기념관이 지닌 장소적 상징성과 천안시의 문화브랜드인 '독립운동문화도시'의 정체성을 박람회라는 문화산업적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나, 이를 행사에 구현하지도 못했다. 또 개최 시기인 8.15 광복절 전후에 대한 상징적 가치도 행사의 내용과 이질감이 느껴졌다.
무대공연 시 독립기념관과 8.15라는 시간과 장소성으로 인해 팝, 재즈 등 글로벌 공연 라인업 구축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성 있는 공연을 섭외 또는 연출하는데 한계도 나타났다. 결국 전통공연과 대중가수, 국내 창작뮤지컬에 의존해 라인업과 레파토리를 구성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K-POP을 대표하는 걸그룹과 보이그룹 등이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도 K-컬처콘서트로서의 한계로 나타났다.
2027년 충남도와 천안시는 대한민국 K-컬처 박람회를 국제행사로 준비하고 있다. 올해 행사는 이를 위한 사전 준비과정의 성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행사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K-컬처 박람회라는 행사명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축제는 문화관광자원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고 지역주민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제공 등 목적형 문화행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박람회는 관련 주제에 대한 생산·유통 등 산업적 목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첫 번째 과제로 왜 천안에서 K-컬처 박람회를 개최하는가에 대한 당위성 확보와 천안(충청)의 정신기반으로서 K-컬처의 원형을 발굴해야 한다. 그래야만 행사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밑둥이 부실한 기둥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박람회가 개최되는 8.15 광복절과 독립기념관이라는 시공간의 차별성을 어떻게 콘텐츠로 담아낼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독립운동문화도시 천안'의 정체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 또 이왕 박람회라는 방식으로 행사를 준비했고, 2027년 본 행사를 앞두고 있으니 박람회를 통해 얻어지는 실질적 성과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천안 K-컬처 박람회 비전의 명확화 및 지속가능성을 위해 천안시가 할 수 있는 K-컬처 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2만 명 이상 규모 K-POP 아레나 건립을 통해 국내 전용공연장 부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K-POP 공연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 천안시가 우위를 가진 식품과 제과산업을 활용한 K-FOOD로의 확장성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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