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본 동몽선습은 맹자의 말을 인용하여 오륜(五倫)이 사람됨의 근본임을 밝히고 있다. 사람에게 오륜이 있음을 가지고 다른 동물에 비하여 귀하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유교 사상에 바탕을 둔 윤리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이 잘 지켜지는 곳에 실로 이상사회(유토피아)가 건설된다고 믿고 있었다. 본 책의 내용은 크게 유학의 핵심 윤리인 오륜에 관한 부분과 중국·한국의 역사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며 먼저 오륜의 하나하나를 나누어서 그에 대한 해설을 붙였으며, 이어 총론에서 오륜이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와 규범으로서 사람의 모든 행실이 이에 벗어날 수 없다 하고, 효(孝)는 온갖 행실의 근원이 된다고 하여 어버이 섬김의 도(道)와 절차를 대표적으로 들어 말하였다. 더욱이 요순(堯舜)의 도는 효도와 공경일 뿐이다. 순(舜)임금이 설(계(契)에 명령하시되 오륜을 가장 중시하셨으니, 동몽선습의 책에서 오륜을 맨 앞에 놓은 것은 그 뜻이 크다고 할 것이다. 아! 부모에게 효도한 뒤에야 임금에게 충성할 수 있고, 형을 공경한 뒤에라야 윗사람을 공경할 수 있을 것이니, 이것을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오륜 가운데에서 효도와 공경이 가장 우선이다. 그러나 『시경(詩經)』에서 문왕을 찬양하면서 "아! 끊임없이 빛내시어 경에 머무르셨다"고 했으니, 경(敬)이란 처음과 끝을 이루고 상과 하에 모두 통하는 공부이다. 그러므로 『대학(大學)』의 요지는 경(敬) 한 글자에 있고, 『중용(中庸)』의 요지는 성(誠) 한 글자에 있으니, 성(誠)과 경(敬)이 또한 학문을 해 나아가는 데에 마치 수레의 두 바퀴와 새의 두 날개와 같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역사에 관한 서술에서는 우선 중국의 고대로부터 명나라까지의 역사를 도덕적인 사관(史觀)에 근거해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한국의 역사를 단군으로부터 시작하여 삼한과 삼국,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간명하나 매우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국가의 흥망도 역시 인륜에 좌우된다고 하였다. 더욱이, 이 책은 아직도 우리 정통 역사학계에서 단군조선을 단군신화라고 주장하는 우리 역사의 태동인 단군조선을 최초의 역사로 기록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한국이 비록 국토는 좁지만, 예악(禮樂: 예법과 음악)과 문물이 중국에 비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아동들이 하여금 자국 역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본 동몽선습은 16세기 이후 5~6세 아이들이 천자문을 배운 뒤 이어서 계몽편, 동몽수지와 함께 배우던 교과서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교과서라는 점에서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이 책은 비록 명칭만은 어린이 교과서로 되어 있지만 오늘날에서 보면 실제로 성인들의 자기 수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날 문화가 고도로 발달하고 산업화하면서 물질에만 탐욕이 생기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져서 자칫하면 인간의 도리에서 벗어나고, 또 목표를 상실하게 되어 인생행로에서 방황하기 쉽다. 어떠한 어려운 환경에 부딪혀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하고 또한 오늘날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길을 가르쳐 주는 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