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영 교사 |
초임 교사 시절 나는 전문직관을 갖고 있었고 교사로서 나의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은 무엇이든 참여했던 것 같다. 여러 연구회 활동 및 다양한 연수들 교육활동에 도움이 되는 곳을 전전하며 아이들이 즐거워할 만한 활동들을 연구했다. 이때 나의 꿈은 아마도 전문성을 갖춘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변호사나 검사·의사 등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직업에 대해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교사에 대한 인식은 이와 같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초등교사에 대한 인식은 더 그렇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교과 내용이 어른들이 보기에 쉽게 느껴지고 우리나라의 입시 형태로 인한 사교육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사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작은 발버둥이라도 치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시절에는 수업을 정말 체계적이고 분 단위로 쪼개서 준비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수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들을 나의 통제하에 두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이러한 생각들이 바뀌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건강이 아주 좋지 않아 철저한 준비를 하지 못한 것, 수업에 임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런데도 수업은 평소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고 거의 모든 학생이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참여하였다. 평소와 달랐던 것은 준비가 덜 되었기에 아이들에게 좀 더 선택권을 내어주고 아이들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인 것뿐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나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기호나 성향, 생각들도 중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로 나는 전문성 신장보다는 아이들에 대해 더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가르치는 것을 공부하는 것만큼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색깔이 다 다르다. 아무리 좋은 교수 학습 방법이나 자료들을 들고 오더라도 누구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전문적 역량을 갖추는 것에 더해 아이들에 대한 세심함 이 두 가지가 적절하게 연결될 때야 비로소 아이들도 즐겁고 교사도 즐거운 그런 학급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예전의 내 모습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일로 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제야 제대로 된 교사, 스승의 모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모든 선생님이 비슷한 과정을 거쳐 가며 아이들에 관한 생각이 커져 나갈 것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 나에게도 꿈이 생겼다. 끊임없이 아이들을 생각하는 교사! 나아가 아이들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도 그려줄 수 있는 교사! 먼 미래에도 아이들이 한 번쯤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오는 꿈을 꾸곤 한다.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금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요즈음 우리 교사들에게 좋지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마주할 때면 나 자신도 아이들을 위해 힘쓴 모습들에 회의감이 들 정도로 힘이 든다. 그냥 '학교에서 지도해야 할 기본만 하자.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오늘도 아이들을 세심히 살피고 아이들 하나하나에 귀 기울인다. 교사란 그런 직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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