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은 시 <선물>에서 '하루하루가 선물'이라 했다. 마주하는 햇빛, 새소리, 맑은 바람, 푸른산, 강물, 나무, 풀꽃 등도 선물이란다. 그 중에서도 지구가 가장 큰 선물이고, 지구에 와서 만난 당신이 우선적으로 가장 좋은 선물이라 노래한다. '나도 또한 이제는 당신에게 좋은 선물이었으면 합니다.'로 맺는다. 또 한 편에서는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이고, 받은 선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이라 한다.
한가위다. 명절이면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선물이 오간다. 금품이나 그 양으로 마음의 크기가 표현되는 것은 아니련만, 적합한 것을 찾게 된다. 지나치면 서로 부담이 되고, 부족하면 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기 어렵지만, 받는 사람이 원하거나 좋아하는 것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좋은 것으로 보다 많은 대상에게 선물하면 얼마나 좋으랴. 이번에 보내는 선물 개수는 줄이지 않았지만, 가격은 더 비싸고 내용물은 부실하다. 누구나 느낌은 같은 것일까, 받아보니 개수도 줄고, 크기도 작아졌다.
24일 기획재정부 발표로는 추석물가가 지난해 대비 내렸다고 하는데, 소비자 체감 물가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작년 한가위 물가가 워낙 높았었기 때문에 수치상 그렇다는 것일까? 올 여름 악천후로 채소·과일류 가격이 급상승하여 생산자 물가는 올랐으나 정부의 할인 지원과 유통업계의 노력으로 소비자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가 상승은 기후와 재해, 수요와 공급의 변화, 물류비용에 따른다. 매년 반복되는 것이니 미리 대비하면 되련만, 그게 어디 말같이 쉬운 일이랴.
한가위는 추수감사제이기도 하다.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시기라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명절이다. 가격, 가치의 고하를 막론하고 결실에 감사하는 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농산물이던 공산품이던 자연의 선물, 생산자의 피땀이 담긴 것이다. 알알이 농부의 고통으로 영그는 것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보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신(李紳, 772~846)은 <가여운 농부(憫農)>란 시에서 "봄에 곡식 한 알 뿌리면 / 가을엔 만 알의 곡식을 거두네. / 세상에 놀리는 밭이 없는데 / 농부는 굶어 죽는다네.(春種一粒粟 秋收萬顆子 四海無閑田 農夫猶餓死)"라고 읊었다. 햇빛, 물, 바람은 물론이려니와 쌀 한 톨에도 감사해야 한다.
이번 한가위 선물 숫자가 많이 줄었지만 직원들과 나눈다. 근무처와 관계없이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감사 대상이 필자 개인이 아니라, 자리란 생각에서다. 내용물도 정확히 모르고, 따라서 가격도 모른다. 보내준 이의 마음만 안다. 무작위 심지 뽑기로 주인을 결정한다. 모두 즐거워해서 덩달아 즐겁다.
넉넉한 한가위, 온 가족과 이웃이 더불어 감사하며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양동길/시인,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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