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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실시선 69번으로 발간된 이번 시집은 '주인공이 먼저 죽는 영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시작과 동시에 커튼콜', '120분의 엔딩크레딧' 등 4개의 테이크로 구분돼 있고 55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시인이 오랫동안 '담금질'하고 벼리고 벼려 세상에 선보인 첫 시집으로 일상 속에서 접한 사회의 모습과 기억에 잊히지 않는 사건 등에 대한 여러 단상이 담겨 있다.
그는 '손가락 하트'와 같은 시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박 시인은 사람 간의 복잡한 감정을 길게 서술하는 게 아닌 몇 개 단어와 몇 개 현상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 매력을 느꼈다. 손가락 두 개를 겹쳤을 때 사랑이라는 큰 의미를 내포하는 것처럼 작은 동작 하나로도 독자의 삶에 스며들 수 있는 시인이 되길 바라고 있다.
박희준 시인은 "저의 무의식의 세계에서 꺼낸 한 조각이 우연히 책을 집어 든 독자들의 무의식 세계의 조각과도 맞아떨어지길 바란다"며 "끝내 교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장만 살아남아 그 사람의 인생에 실낱같은 힘이라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인은 어떻게 단련되는가'에 대한 55번의 기록으로도 볼 수 있다.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박성현은 이 시집에 대해 "시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장간에서 강철이 단련되듯 끊임없이 단련되는 존재임을 이번 시집이 증명해 보이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편 박희준 시인은 1988년 무주에서 태어나 한남대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를 졸업했고 중도일보 편집부 기자로 일했으며 올해 '시와 정신'으로 등단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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