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우진이를 돌봐줘서 고맙습니다. 저희 아파트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저씨 때문에 도둑 걱정 하나도 없어요. 경비아저씨가 없으면 저희는 하루도 못 살아요.
차도 같이 밀어주고 가을이 되면 낙엽을 치워주시고, 겨울이 되면 눈도 치워주시고 쓰레기나 음식도 같이 치워주고, 너무 고맙습니다.
-2023년 9월 20일 최호진 올림
호진 어린이가 경비아저씨께 쓴 편지 |
그리고 그 고마움을 글로 써서 표했던 것이다. 편지지에 '확인'도장이 찍힌 것으로 보아 담임 선생님께서도 보신것 같다. 인성교육에 관심이 많은 고마운 선생님이시다. (선생님 고마워요. 아이들 소신껏 잘 가르쳐 주세요.)
우리 호진이 어린이처럼 어려서부터 고마움을 알고 자라는 사람은 최고의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고마움을 안다는 것은 인간의 도리이며, 착한 심성의 소유자임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마움의 표현은 선순환이 돼 돌아오기 때문에 오늘 이처럼 필자가 언론에 공개하여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나 어린이들도 우리 호진이 어린이처럼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야기 하나 들어보자.
옛날 이스라엘에서는 나병(한센병)을 가장 나쁜 병으로 여겼다. 나병은 신의 저주로 걸린 병으로 여겨,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함께 살지 못하고 마을에서 쫓겨나 외딴 곳에서 혼자 숨어 살아야 했다. 나병 환자는 길을 걸을 때도 얼굴을 가리고 '불결합니다! 불결합니다!' 큰소리로 외쳐 성한 사람들이 마주치지 않도록 경고음을 발사해야 했다.
열대지방에 흔한 병이 나병과 학질(말라리아)이다. 유대인들은 이른 아침 일어나면 하나님께 기도를 올리는데, "오늘 길에 나가, 나환자(나병환자)와 여자를 만나지 않도록 은총을 주소서"라고 기도했단다.
2000여 년 전 예수님께서 이스라엘 땅을 순례하면서 각종 병자들을 고쳐주셨다. 앉은뱅이는 걷게 하고, 소경은 눈을 열어 세상을 밝게 보게 해 주셨다. 발 없는 말이 천리(千里)를 간다고 했다. 많은 문둥이들이 예수님 앞을 가로막고 나병 치유를 애원했다.
"병아! 물러가라"는 예수님의 한마디에 열 명의 나병 환자가 깨끗한 피부로 고침을 받았다. 이들에겐 세상에서 이보다 더 큰 은총과 기적이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나병을 고친 이는 열 명이었는데, 그 중 한 명만이 예수님께 "병 고쳐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드리려 왔다. 예수님은 감사하러 온 청년에게 나머지 아홉 명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며, 인사를 드리러 온 청년을 칭찬하고 축복해 주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고마운 은혜를 받고 있지만 그 고마움을 입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호진 어린이는 말보다도 글로 써서 고마움을 표했던 것이다.
고마움에는 세 가지 은혜가 있다고 한다.
나라, 스승님, 부모님의 은혜가 그것이다.
첫째, 나라에 대한 고마움이다. 나라가 없으면 어떤가.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볼 때 나라없이 산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알고 있다. 나라가 없으면 노예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김일성이가 남침을 했을 때도 수많은 국민들이 학살을 당했고 재산피해를 입었다. 나라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질 높은 삶을 보장해 준다.
둘째, 스승의 은혜다. 스승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된다. 스승은 사는 법과 생존경쟁에서 이겨내는 학문을 가르쳐 주시는 고마운 분이시다. 스승이 없으면 사람답게 살기 어렵다. 스승의 은혜를 잊음은 그릇된 길로 가는 것이다. 그릇된 길에는 불행이 있다.
셋째, 부모님의 은혜다. 부모님이 없으면 내 몸이 있을 수 없다. 부모님은 내게 생명을 주신 분이다. 부모님의 은혜를 잊음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 호진이는 가정교육을 잘 받고 자라는 어린이인 것이다. 그래서 그 행동거지로 인해 부모님이 칭찬을 받게 되는 것이다.
(호진이 부모님, 가정교육을 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 있으면 함께 도와줘요.)
우리 호진이 어린이는 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어린이로 자랄 것이다. 호진이의 이런 고마움의 인사를 담임 선생님과 그 부모님께서 가르치고, 호진이는 그 가르침을 행동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호진이 아우 우진이도 그런 형 밑에서 자라고 있다.
그런 형이 아우를 보살피고 있으니 얼마나 든든할까?
이 어린 형제들은 당당하게 자라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고, 스승의 은혜를 고마워하며, 국가관이 확실한 나라의 일꾼이 될 것이다. 남으로부터 고마움을 입었을 때 고마움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도 우리 갈마아파트에 밝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김용복/ 극작가, 평론가
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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