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준 한밭대 총장 |
우리는 대개 교육은 학부과정에서, 연구는 석·박사과정에서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석·박사 이수율이 2020년 기준 3%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대부분 학생들은 연구와 무관하게 전달식 수업으로 졸업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추격자에서 창의적인 퍼스트 무버로 변해야 한다면, 이제 대학의 학부 과정에 창의성을 불어 넣는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면 대학의 학부 과정에서 교육과 연구는 서로 어떤 관계가 바람직한가? 이에 관해 한국연구재단의정책연구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대학에서 이 둘은 별개라는 견해도 있지만, '좋은 연구자가 되지 않으면 좋은 교수자가 될 수 없다'며 연구와 교육은 통합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발전해 왔다고 한다. 덧붙여 최근에는 학문 분야마다 교육과 연구가 서로 연계되는 정도와 그에 따른 유형도 달라진다고 한다.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많이 주는 공학, 경제학 분야 등의 경우 연구 정보와 경험의 전달, 연구 참여가 교육을 생동감 있게 만들고, 교육과 연구를 더욱 고취시킨다고 한다.
잠시 우리 대학의 현실을 돌아보자. 정부는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학을 특성화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 지난 십여년 간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으로 대학을 나눠 육성해 왔다. 이런 이분법적인 패러다임은 캠퍼스에서 교수와 학생들 간에 서로 다른 기대를 하게 했다. 교수들은 실적이 드러나고 보상이 확실한 연구에 집중하려고 하고, 학생들은 취업과 현실을 위해 실용적인 교육과정을 바라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미국의 대학에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라고 부르는 '교육중심대학'이 있다. 대학원을 가지지 않지만 학생에게 융합적이고 자유로운 학문을 경험하면서 장차 학문을 탐구할 학생들에게 전문성의 진입에 필요한 필수요소를 가르치는 대학이다. 가르치는 기능만 남은 대학을 소위 '교육중심대학'으로 분류하는 우리와는 의미가 다르다.
연구와 교육은 모두 학습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대학이 단순히 기술 전수를 하는 학원이 아니길 바란다면, 이제라도 교육과 연구라는 이분법적 틀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 대학은 교수-학습방법의 실제적인 혁신을 통해 교육과 연구를 연계하고 통합하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학생들의 기초 수준을 탓할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기업마다 각기 다른 수준에서 연구하고 개발하는 인력에 의해 지탱된다. 연구를 적극적으로 교육에 활용하고, 교육을 통해 연구를 끌어 올리는 실사구시형 인재를 전국 곳곳에서 길러야 한다.
지난주 전국 대학의 수시모집이 끝났다. 올해는 심화되는 학령인구 감소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의 지원율 격차가 현격히 벌어졌다. 지방도 서울과의 거리에 따라 경쟁률이 낮아지고, 국립과 사립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관심은 입시까지다. 그 틀 안에서 대학은 소위 '지위권력'을 누리고 있다. 이제 대학은 예외 없이 창조하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창조하는 기능이 사라지면 기술훈련 학교에 지나지 않고, 그 피해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할 우리나라와 산업계가 입게 될 것이다. 교육하면서 어떻게 창조할 수 있는가? 대학이 스스로 교육과 연구가 서로 상호 작용하는 구조를 만들도록 하고 지원해야 한다. 요즘 경계 없는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무학과 제도, 자율전공학부 등 교육부는 담대한 혁신을 외치고 있다. 나아가 교육과 연구의 경계도 허물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하는 학과목으로 실험실습과 캡스톤디자인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성을 미리 경험하게 하는 학사구조와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창조하기를 멈추면, 그 존재가치는 다른 무엇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오용준 한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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