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스쿨버스 대란으로 인해 대전지역 내 최소 14개 초등학교가 올 가을 수학여행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24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스쿨버스 대란의 시작은 법제처가 어린이 통학버스 기준과 관련해 초등학생이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갈 때도 노란색 스쿨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보낼 때 어린이 통학버스를 이용해야 하고,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의 지침을 전달했다.
이후 대전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청은 물론 일선 학교들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현장의 혼란이 커지자 정부는 뒤늦게 현행 방침을 철회하고 관련 국토교통부령 자동차규칙을 개정해 22일부터 시행했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급하게 전세버스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 통상적으로 학교에서는 1학기때 전세버스 계약을 마쳐야 2학기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인데 정부가 너무 늦게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본보가 대전교육청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관내 14개 초등학교가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수학여행 전문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업무 담당자는 "지역 내에서 9월 1일 기준 수학여행을 포기한 학교의 수는 14곳으로 집계됐다"면서 "정부의 결정이 늦어지며 위법과 적법을 놓고 일선학교에 혼선이 계속되면서 시교육청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문의가 오고 있어 되도록 보내는 방향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 결정은 학교장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관내 서구에 위치한 A 초등학교는 올해 2학기 차량을 이용한 수학여행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A초는 이날 학부모들에게 '2023학년도 2학기 현장체험학습 및 수학여행 변경 운영 안내'라는 공문을 통해 '학생 및 교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3학년도 2학기 현장체험학습 및 수학여행을 변경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안내했다. 앞서 버스업체와 수학여행 계약을 체결했지만, 날짜가 임박한 가운데 자동차규칙이 개정되지 않아 자칫하면 업체에 위약금을 배상해야 했기 때문.
A초 교장은 "정부가 조금만 더 일찍 결정을 해줬으면 버스업체와 계약을 취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커서 나중에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갈 수 있지만, 일생에 한번 뿐인 초등학교 때 가는 수학여행을 못 가게 돼 실망한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에 제약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어서 그래서인지 더 안타깝다"면서도 번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처럼 어른들의 탁상행정 탓에 결국 피해는 오롯이 어린 학생들이 떠안게 됐다.
학부모 B씨(41·서구 도마동)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법제처의 유권해석 여과없이 학교현장에 전달된 게 문제"라며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일생에 한번 뿐인 수학여행인데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너무 화가난다"고 말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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