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130년 멜버른 트램에서 배우는 대전 2호선 트램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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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130년 멜버른 트램에서 배우는 대전 2호선 트램 청사진

이경복 대전교통공사 연구개발원장

  • 승인 2023-09-24 09:22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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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복 연구개발원장
유럽이나 호주의 유명한 도시로 여행을 가면 도심속 유유히 지나가는 트램을 시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전 2호선 트램의 빠른 건설과 운영을 통해 대전의 멋진 대중교통으로 자리잡기를 마음속 깊이 기대하게 된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경험해보는 트램은 사실 안정적이고 편안한 대중교통으로 자리잡기 위해 건설·운영사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쌓인 결정체이다. 트램 중심으로 도시를 계획하고 운영기간 동안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찾아온 130년 역사의 호주 멜버른 트램의 건설·운영 과정을 살펴보고 그들만의 노하우를 배워 이를 대전 2호선 트램에 적용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멜버른은 세계 최대의 트램 네트워크를 보유한 도시로, 250㎞ 노선, 정거장 1700여 개소, 25개 노선에서 9개 종류 500여 편성 트램이 하루에 5,000번 이상 운행하여 연간 2억여 명을 수송하고 있다. 1885년 개통한 이래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발전시켜 오늘날 세계 최장의 노선을 갖춘 도시 내 중심 공공교통 수단이 되었다. 현재 야라 트램社(Yarra Trams)에서 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운행, 차량 유지보수, 안전관리, 사고처리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공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트램은 이제 멜버른 시민을 이곳저곳으로 수송하는 간선·지선 교통망으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용해보고 싶은 관광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호주의 트램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교통정책·법적규제·교통생활습관 등 여러 부분에서 한국과 호주가 다르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완전 무가선을 지향하는 대전과 달리 가선으로만 운영하는 멜버른의 운영 시스템, 별다른 기후 재난이 없는 멜버른과 여름에는 폭우, 겨울에는 대설 및 결빙을 대비해야 하는 대전의 여건을 동일선상에 둘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멜버른의 트램 건설 운영을 톺아봐야 하는 이유는 130년 운영 역사에 있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트램을 운영하기 위해 그 긴 시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 사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전 트램에서 꼭 배워 적용해야 할 것을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트램 이용자, 즉 시민과의 소통이다. 멜버른에서는 새로운 트램 노선을 건설하거나 기존 노선을 연장하고자 할 때 300번 이상의 공청회를 진행한다고 한다. 공청회는 보통 중요한 정책 사안을 결정할 때 이해관계 당사자,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제도이다. 그런데 이런 공청회를 300번 이상 한다는 것은 그 목적이 단순히 시민들의 이야기를 공적으로 듣는 것[公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에 있는 것이다. 정책효과의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닌 정책형성 과정부터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과 민원을 최소화하는 '사전 민원 대응'방안인 셈이다. 기존 도로 위에 노선을 건설하는 대전의 경우 교통체증 발생과 건설 소음 등 수 많은 민원발생이 명약관화하다. 사후에 시민의 소리에 대응하는 것보다 건설 전에 시민의 이해와 설득을 얻어 더 나은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공공교통 이용 활성화 및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를 위한 교통행정 시스템 구축이다. 이를 위해 멜버른에서는 도심 안에서 강력한 불법 주정차 단속, 높은 주차요금, 트램과의 이용 패턴 분석을 통한 버스노선 조정 등을 시행하였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무료 트램 구역'운영이다. 무료 트램 구역은 업무시설, 금융시설, 명소가 몰려 있는 중심업무지구(CBD)에서 교통카드나 승차권 없이 무료로 트램을 탑승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도심에 다다르면 얼마든지 무료로 트램을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멜버른 시민은 도심으로 갈 때 자가용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한 무료 트램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몰려 인파가 많아지고 길거리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해 트램 노선을 따라 주변거리에 생기가 돌게 됐다. 대전 또한 맞춤형 교통정책을 수립하여 트램을 타는 것이 확실히 이득이라 느낄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공공교통 분담률을 늘려 지속가능한 성장과 길거리 도시재생을 도모해야 한다.

셋째, 대전을 트램 기관사 양성 도시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향후 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트램 기관사 면허를 취득한 수많은 기관사의 교육·양성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멜버른의 경우에는 정식 운전면허(P)만 보유한 경력자를 운영사인 야라 트램에서 자체적 6~10주 교육시키고 6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이수하면 트램을 운전할 수 있게 하여 많은 지역 인력에 대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철도안전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해 멜버른의 사례를 직접 우리 대전2호선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동탄, 위례, 성남 등 전국의 지자체에서 트램 건설이 계획됨에 따라 기관사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른 기관사 교육에 대한 요청도 많아질 것이다. 대전교통공사의 교통문화연수원을 중심으로 트램 기관사 양성 관련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과정을 진행한다면 대전은 하드웨어적인 분야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도 명실상부 트램 중심도시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램 관련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이다. 멜버른 트램은 유지보수 부품의 대부분을 자체조달 혹은 지역업체에서 수급하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긴다. 대전2호선 트램 관련 부품, 장비 기관의 입주를 유도해 트램 부품의 수급과 조달을 모두 지역화(localizing)하여 대전에 트램 산업이 집중되면 명실상부'트램 산업특화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멜버른에서는 구직단체, 여성단체, 환경단체 등 지역 기반 자선·비영리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실질적으로 트램을 운영하는데 여러 도움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면 지역 여성단체와 제휴를 맺고 직업, 기술 교육을 진행함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전도 지역 소재 다양한 단체와 연계하여 지역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교류와 협력 촉진을 강화한다면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귀감(龜鑑)'이라는 말은 신에게 소원을 빌 때 거북이 등에 불을 놓아 균열에 따라 장래의 길흉을 점쳤다는 것[龜]과 거울을 통해 자신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비춘다는 것[鑑]에서 유래했다. 즉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인 것이다. 다가오는 2호선 트램이 대전 시민들에게 더욱 안전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지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멜버른의 선진사례를 적재적소에 맞게 흡수하는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게 우리가 다시 멜버른 트램 운영사례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이경복 대전교통공사 연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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