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철 변호사 |
우리나라에 로스쿨 제도가 처음 논의된 것은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 때였다. 세계화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로스쿨 제도를 검토했지만,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다는 이유로 논의에만 그치다가 이후 2003년 참여정부가 추진한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로스쿨 도입을 결정했고 오랜 논의와 진통 끝에 2007년 7월경 고등교육법,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 등 로스쿨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의 기틀이 마련됐다.
그 이전부터 전국 40여개 대학이 법학전문대학원의 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2009년 개원을 목표로 하는 법안의 내용에 비하여 법안 통과가 너무 늦게 된 점이 없지 않았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사법시험은 향후 10년 이후에 폐지되고 10년 정도는 두 제도가 병존하더라도 로스쿨 졸업생들에게만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로스쿨을 설치하면 기존 법학과는 폐지되는 대단히 큰 변화가 예정돼 있었다. 각 대학은 사활을 걸고 로스쿨을 인가받기 위해 인적·물적 준비를 했고 개원을 7개월 앞둔 2008년 8월에서야 총 정원 2000명으로 전국 25개 대학이 로스쿨 인가를 받게 됐다. 충남대는 대전에 특허법원, 특허청, 카이스트, 대덕연구단지 특구가 있는 이점을 살려 지적재산권 분야 전문가 육성의 특성화 목표를 세웠고 100명의 정원으로 2009년 3월 개원하게 됐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현재 충남대 로스쿨은 12기에 걸쳐 112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그중 910명의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배출해 누적 통계 81%의 합격률을 이루는 성과를 냈으며 그렇게 합격한 졸업생들이 법원, 검찰, 대형 로펌,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 골고루 퍼져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며 학교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런 성과는 학생들의 노력뿐 아니라 모든 학교 구성원 헌신의 결과다.
대전·충청권의 각계각층에서도 로스쿨 유치단계부터 많은 도움과 성원이 있었고, 로스쿨 유치와 정착에 큰 도움이 됐다. 지역의 이런 기대와 성원에 힘입어 충남대는 100명 정원의 서울을 포함한 전국 25개 로스쿨 중 정원 규모 8위권의 인가를 받게 되었고 다양한 장학제도와 인프라를 갖추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도움과 학교 위상의 제고를 통해 실제로 우수한 대전 충남 출신들 자원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효과뿐만 아니라 대전이나 충남에 연고가 전혀 없는 수도권 출신들의 유입도 상당하다. 이렇듯 출신 대학이나 출신 지역에 관계 없이 우수한 자원이 계속해서 유입되는 인적 구성의 다양화는 향후 충남대 로스쿨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에도 큰 자산이 되고, 이는 다시 지역사회의 발전으로 선순환될 것이 분명하다.
유펜이라고 불리는 펜실베니아 대학교 자체도 아이비리그의 명문대학이기는 하지만 그 상경대학인 와튼 스쿨은 미국 내 최고의 MBA 과정으로 명성과 위상이 높다. 이제 청년기를 향해 가고 있는 충남대 로스쿨도 대전 지역의 뛰어난 과학적 인프라를 더욱 활용하고 세종특별자치시라는 대체할 수 없는 행정적 기반과 연계해 도약한다면 와튼스쿨과 같이 지역사회를 넘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로스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장을 위해 학교와 학생의 노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졸업생들의 지속적인 호응과 관심도 크게 요구된다. 아울러 충남대 로스쿨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지난주에 있었던 '충남대학교 로스쿨 동문의 밤'이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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