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전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특강 중인 이장우 대전시장. 사진=윤희진 기자 |
언제 어디서나 가장 먼저 언급하거나 가장 강조하는 건 ‘세계혁신지수에서 아시아 1위, 세계 3위 도시가 바로 대전’이다. 세계혁신지수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매년 국가의 혁신 역량을 평가해 발표하는 지표로, 국가별 경제 혁신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다. 이장우 시장은 대전이 세계를 선도하는 도시라는 점을 세계도 인정하는데 정작 대전시민은 제대로 모른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9월 20일 오후 7시 특별강사로 초청됐던 ‘미래정경아카데미’ 특강에서도 어김없이 그의 일성은 ‘자랑스러운 대전’이었다. 미래정경아카데미는 중도일보와 미래정경아카데미 총원우회, 디트뉴스24가 주최하고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이 주관하는 대전·세종·충남의 대표적인 아카데미다.
▲대전은 정말 위대한 도시… “자랑스럽다”
100명이 넘는 수강생 앞에서 이장우 시장은 “나의 고향은 충남 청양이지만, 아들딸의 고향은 대전”이라며 “아들딸이 고향인 이 도시를 자랑스럽게 여기기 위해 저는 헌신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대전이 ‘개척자의 도시’라는 독특한 정의를 내놨다. 그는 “700여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144만명이 넘는 도시가 됐다. 대전은 그 어느 도시보다 스스로 운명을 바꿔온 개척자가 가장 많은 도시”라고 했다.
또 “반도체 시제품과 방산기업의 모든 성과가 대전에서 시작했고 대한민국의 핵심 과학기술이 대전에서 태어났다”면서 “대전의 3만명이 넘는 석·박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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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울에서 판교까지 15㎞인데, 여기에 대한민국의 모든 게 집약되면 대한민국은 힘을 못 쓴다”며 “대전으로 내려야 한다. 대전만 가능성이 있다. 판교 라인을 대전까지 내려야 하고 그러면 대구와 부산은 물론 제주 라인까지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을 산업화해 기업을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 만들면 일류경제도시가 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을 꽃피우면 서울과 수도권을 뛰어넘는다”고 했다.
이 시장은 “대전만이 서울과 수도권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역량과 잠재력을 갖췄다”며 “정말 위대한 도시인데, 아직도 많은 시민은 대전이 얼마나 위대하고 자랑스러운지 잊고 지낸다”고 아쉬워했다.
자신감을 갖고 대전 스스로 대전을 개척해야 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내세웠다.
그는 “정부에 의지하는 국책사업이 아니라 대전만의 전략사업을 중심으로 스스로 일궈내야 한다”며 “정부에게 필요한 건 얻어내야 하지만, 정부가 대전의 역량을 믿고 지원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힘과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국가산단 2조원 규모 기업 유치… 머크사에 대전의 ‘앵커기업’ 제안
굵직한 현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유성구 교촌지구 일대에 지정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는 나노반도체와 함께 우주항공 분야 거점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시장은 “매출 2조원대에 달하는 반도체 설계회사가 20만평 부지를 요청했다. 나노반도체에 우주항공을 포함한 것도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1조원 되는 반도체종합연구소도 입주시키려고 대통령께 말씀을 드렸다”고 공개했다.
유성구 둔곡동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입주 예정인 독일 머크사를 대전의 앵커기업(Anchor Business: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비쳤다.
이 시장은 “아마 내년 상반기 내 착공을 위해 우리나라 최고의 회사에서 설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머크사 측에서 대전에서 연구개발과 생산, 영업인력 등을 원활하게 채용할 수 있는지 계속 문의하고 있다”고 했다. 머크사는 과학벨트 내 조성할 공정시설에서 아시아태평양의 바이오테크와 제약 고객사들을 위한 바이오 의약품과 원·부자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주목할만한 건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전에 추가 투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머크사 측에) 대전에서 앵커기업을 해줄 수 있느냐, 추가 투자할 수 있느냐 물었더니 ‘할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며 “원촌동 하수처리장에 조성하는 '첨단바이오메디컬 혁신지구' 12만평에 투자하는 쪽으로 마무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처음 공개한 것으로, 이 시장은 “대전의 앵커기업으로 대전의 바이오 기업도 함께 성장하게 해달라고 머크사에 요청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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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과학 분야와 관련한 몇 가지를 더 언급했는데, 우선 “서구 평촌산업단지에 매출 1조 5000억원의 기업이 직원 1500명 고용을 내걸며 입주하겠다고 하는 등 100% 분양에 성공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유성구 도룡동 연구단지 네거리에서 신성동 방향으로 이어진 ‘가정로’ 일대에 용적률과 건폐율을 상향해 고층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대덕특구 K-켄달스퀘어’ 조성계획에 대해 이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전을 방문해 직접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대전시 독자적인 인공위성 발사’도 준비하겠다고 했다. 인공위성의 핵심 기술, 즉 뇌를 만드는 기술이 모두 대전에 집약돼 있음을 강조하면서 밝힌 얘기다.
대전 0시 축제에 대해선 “109만명이 방문했고 직접적인 경제 효과는 600억원, 간접적 효과는 훨씬 많은 거로 보고서가 나왔다”며 “내년에는 2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중앙로 양쪽의 모든 골목이 소외되지 않고 활활 타오르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5년 이내에 아시아를 석권하고 세계 3대 축제의 반열에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항우연 사천 이전’ 그냥 웃고 만다… 정치적 발언 자제
싫은 소리도 몇 가지 했다.
우선 최근 경남 하영제 국회의원의 ‘항우연 사천 이전 발언’에 대해선 “제가 대전시장으로 있는 한 대전에 있는 건 절대 뺏기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꾸도 안 하고 웃고 만다. 언론에서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주항공산업은 대전이 거머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한 입장과 송영길 전 대표의 발언에 대응하며 벌어진 논쟁을 의식한 듯, 이 시장은 “제가 정치적으로 강한 사람으로 분류됐는데, 시정에 집중하기 위해 1년 동안 정치적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요즘 두어 번 뭐라 했는데… 앞으로는 시정에 집중하는 걸 소임으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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