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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현수, 수진 부부는 최근작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민성, 명화 부부와 닮았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사회심리적 정황을 건물이라는 공간과 연결하여 그려낸 데 비해 이 작품은 이를 잠이라는 생리현상, 그리고 밤이라는 시간 속에 구체화시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지키는 것은 결혼과 임신, 육아와 더불어 강박적이고 불안한 일임을 알게 합니다. 현수는 민성처럼 이른바 처자식을 벌어먹여야 한다는 남성적 강박에 눌려 있습니다. 민성이 부도덕한 권력에 빌붙어 타락해 간 데 견주어 현수의 강박은 수면 중 이상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이 두 젊은 남편의 타락과 이상 행동은 사회적 상황만큼이나 아내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그런데 수진의 서사와 심리, 행동이 명화보다 훨씬 구체적입니다.
공포를 야기하는 대상의 정체를 밝히고 제거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조던 필 감독의 '놉'을 떠오르게 합니다. 삶의 터전과 중요한 인물을 파괴하려 하지만 쉽사리 잡히지 않는 적은 필연적으로 심리적 존재가 됩니다. 처음에는 합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하지만 결국엔 감정과 태도의 과잉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바로 영화적으로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놉'에서 미확인 비행체를 카메라로 포착하려는 남매의 행동이 주술적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이 영화에도 주술적 행위들이 가득합니다. 애초에는 공포의 대상을 규명하고 제거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말미에 이르러 그것을 그토록 공포스럽게 여기게 된 당사자들의 강박과 불안이 더 의미 있는 것임을 깨우치게 됩니다. 수진의 불안에 찬 과잉 행동에 대한 현수의 마지막 행동이 정말로 종교적 현상이었는지, 아니면 직업인 연극배우로서의 연기였는지 영화는 말하지 않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모든 것 끝에 도달한 화해와 위안이지 않을까요?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인 '잠'은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할 만큼 문제적입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 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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