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재직 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사진은 2023년 9월 10일. 중도일보 DB |
19일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7일 숨진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15일 노조 측에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사망 교사가 2019년 11월 말 병가를 내고 그 자리를 대신해 1학년 해당 학급 담임으로 근무했던 35년 경력의 A 기간제 교사다. A 교사는 공식적으로는 16일간 근무하는 것으로 계약했지만 구두상으로 겨울방학 중 2주가량 추가로 출근하는 것으로 협의해 사실상 한 달 반가량 해당 학교에서 일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경력 35년 베테랑 교사는 이 기간을 채 채우지 못했다. 학급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게 제보를 통해 전해졌다.
출근 첫날 관리자로부터 문제 학생을 건들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을 들으며 학교생활을 시작한 A교사는 수년 전이지만 당시 학급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A교사는 대전교사노조 측에 "보통 1학년 학급의 해맑고 명랑한 분위기가 아닌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받았다"며 "지금 문제가 되는 4인방의 기가 너무 세서 다른 학생들이 주눅이 들어 있는 느낌이었다"고 증언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A교사는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A 교사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가정에 보내기보다 되도록 학생을 마주하고 가르치는 편"이라며 "(문제 학생 중 한 명을) 가르치는 중에 다시 풀어보게 하고 틀리면 다시 설명해 주고 지도하는 중 학생이 교사를 보며 '북대전 IC팔'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같은 반 학생의 손등을 꼬집은 또 다른 문제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학습 준비물실로 가 학생에게 잘못을 알린 사건 이후 학부모 민원이 제기된 일도 있었다. A 교사가 해당 학교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 계기다. 정당한 지도임에도 민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관리자로부터 들은 이후 더 이상 기간제 근무가 어렵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해당 학급은 당시 교무부장이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은 선생님이 당할 수 있는 모든 교권침해 사례를 모두 겪었다고 할 수 있다"며 "35년 차 기간제 선생님도 감당하기 힘드셨을 만큼의 고통을 혼자 감내했다"고 밝혔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선생님 개인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기간제 선생님도 말씀하셨듯이 해당 학급의 학생 4명은 선생님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학부모까지 정당한 생활지도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교사의 손발을 다 묶어 놓았다"며 "그러한 상황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선생님을 보호해 줄 장치는 전무했고 이것은 교육현장이 선생님을 극단으로 몰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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