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마음은 벌써 고향에." "귀성 전쟁 본격 시작 서울-부산 ○시간." 추석 명절이면 신문지면에 단골처럼 등장했던 문구다. 고향 가는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밤샘 긴 줄을 서는 풍경과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귀성행렬, 색동옷을 차려입고 차례를 지내고 덕담을 나누는 모습은 명절 전후의 주요 지면을 장식했다. 세월이 흐르며 지금은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변화했다. 멀리 사는 친척들과 정을 나누는 명절에서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신문 지면을 채우고 있다. 이에 중도일보는 1970년대부터 지면 속에 비친 명절 풍경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옛날 신문 속에서 20세기 추석의 모습을 되돌아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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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9월 16일 추석 당일 추석 풍경을 담은 중도일보 지면(중도일보DB) |
63년 전 1970년 9월의 추석은 콜레라와 뇌염이 유행하며 다소 침체한 분위기의 명절을 보냈다. 추석 당일에는 비까지 내리면서 우울한 추석을 맞이했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유지됐던 우리의 모습과 비교됐다. 추석 당일인 16일 자 중도일보 지면은 '보슬비 속에 성묘행렬, 물가고에 명절 뺏긴 서민은 우울'이라는 문구와 함께 한복을 입고 성묘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기사에는 "오락가락 비를 맞으며 진잠, 산내 공동묘지에 성묘객들이 몰렸는데 미니스커트와 판타롱을 입은 근대화(?)된 성묘객들의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며 달라진 성묘객들의 옷차림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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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9월25일 서울올림픽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김재업 선수가 한복 차림으로 시상대에 올랐다(중도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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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9월24일 고향을 가기위해 대전서부터미널(현서남부터미널)정류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중도일보 DB) |
경제가 호황이던 1980년대 추석 풍경은 제법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히 1988년 추석은 서울올림픽의 열기 속에서 치러지며 메달 소식과 추석 풍경을 한 면에 담았다. 추석 하루 전인 9월 24일 1면에는 서부터미널(현 서남부터미널) 정류장을 가득 메운 귀성객들의 모습을 소개하며 "추석 연휴 기간 충청권 귀성인파 300만 명"이라는 문구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추석 당일에는 유도에서 김재엽이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에게 추석 선물을 선사했다. 김재업은 이날 한복을 차려입고 시상대에 오르며 민족 고유의 명절을 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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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10월 4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면에 실린 추석선물세트 광고(중도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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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9월22일 중도일보 지면에 실린 대전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광고(중도일보DB) |
명절에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은 시대가 변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명절 선물은 당시 생활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60년대 추석 선물은 설탕, 조미료, 양말 등 생활필수품이 인기 품목이었다. 1968년 10월 3일 3면에는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은 설탕과 조미료 세트가 하단 광고로 올라와 있다. 가장 고가인 설탕 8kg 한 통의 가격은 1,350원으로 현재 화폐 가치로 4만 원 초반대 가격이다. 90년대 추석 선물은 고급화된 패키지 상품과 중저가의 실속형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사라진 대전백화점 한가위 큰잔치 광고에는 10만 원대 명품 갈비. 정육 세트를 비롯해 2~3만 원대 참치선물세트 인삼혼합, 지갑, 넥타이, 와이셔츠로 구성된 잡화류가 한가위 특집 선물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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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10월1일 중도일보 2면 하단에 실린 명동데파트 상품권 광고 (중도일보DB) |
상품권도 명절 선물로 인기 품목이었다. 국내 유통시장에서 상품권이 등장한 시기는 1961년으로 지정된 물품만 구매 가능한 '물품표시 상품권'이 등장했고 1971년부터 '금액표시 상품권'이 등장했다. 1971년 10월 1일 2면 하단에는 명동데파트가 발행한 상품권 광고가 등장한다. 상품권은 500원부터 5,000원까지 있는데 당시 5,000원 상품권은 현재 화폐 가치로 104,3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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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중도일보 지면에 실린 추석 특선 영화 광고(중도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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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중도일보 지면에 실린 추석 특선 영화 광고(중도일보DB) |
예나 지금이나 명절 영화관은 사람들로 붐볐다. 복합관 시대가 시작된 2000년대 이전까지 극장가는 명절 연휴에 맞춰 광고를 지면에 올렸다. 60년대 중반 대전에는 신도극장, 중앙극장, 시민관, 성보극장, 동화극장이 성업을 이뤘다. 당시 영화관은 사극을 앞세운 국내영화와 액션, 스릴러 위주의 외화가 경쟁하고 있었다. 1965년 추석 특선으로 '왕과 상노'라는 사극과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미국영화 '탈추특급'이 지면 하단 광고를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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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중도일보 지면에 실린 추석 특집판(중도일보DB) |
20세기 마지막 추석이었던 99년 추석 특집판에는 달라진 추석 풍경에 관한 기사를 비중 있게 실었다. 당시는 IMF 직후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우울한 추석을 보내는 서민들의 애환을 담았다. 갑작스러운 구조조정 칼바람으로 늘어난 '나 홀로 귀성객' 경제 한파로 움츠린 자식들을 위한 역귀성, 얇아진 주머니 사정으로 줄어든 선물 보따리를 소개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맞아 해외로 떠나는 가족들, 명절 당일 교통 혼잡을 피해 미리 고향에 다녀오는 모습도 90년대 들어 생긴 추석의 풍경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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