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중처법은 장소에 대한 지배, 운영, 관리 조항을 통하여 이 경우 도급인의 의무인 것으로 보이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인사, 인력, 예산, 기획 등 핵심적인 부분과 기능에 대해서까지 단순히 구체적으로 관여 또는 개입하는 것을 넘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 수급인을 대신하여 직접적인 안전보건조치를 하도록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이는 수급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의 일부인 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수급인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한편, 헌법의 원칙인 과잉금지원칙, 그 중에서도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다분히 장소개념을 중심으로 도급인에게 획일적으로 안전보건조치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인 준수가능성도 없는데다가 산업재해 예방의 실효성도 거두기 어려운 문제도 발생한다는 점에서, 실제 해당 조항들의 적용은 신중할 일이다.
중처법은 또한 경영책임자에게 애매하고 모호한 내용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과하면서, 실제로는 어디까지를 경영책임자가 조치해야 하는지 법률전문가나 노사전문가조차도 쉽사리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있다. 수범자인 국민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중처법상 도급인 등이 관계수급인 등에게 횟수와 강도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지시를 해야 하는지, 나아가 도급인 등이 지시하였는데 관계수급인 등이 따르지 않은 경우에도 도급인 등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 등을 놓고도 많은 논의가 있다. 예를 들어 안전보건관계법령상 의무이행의 경우에, 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인력을 배치하거나 예산을 추가로 편성, 집행하도록 하는 등 해당 의무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이 규정만으로는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이해와 판단으로서도 도급인 등의 의무범위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아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 현행 중처법은 이러한 측면에서도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보여지며, 이 부분은 향후 판례군의 형성과 더불어 합리적인 법개정 등을 통해 차차 바로잡아지리라 기대한다.
산안법과 중처법으로 근로현장의 사망사고 등을 의율하기 위하여는 고의의 기본행위, 사망이나 중대재해라는 중한 결과, 양자 간의 상당인과관계 외에도, 중한 결과인 중대재해의 발생에 대하여 과실, 즉 예견가능성이 우선 존재해야 한다. 한편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보아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행위를 한 사람이 위법행위 대신에 적법행위로 나아갈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책임이 조각되어 면책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사업장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는 개별 사업장의 규모, 구체적인 작업 내용, 작업에 사용되는 물체의 재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작업장별로 구체적, 개별적으로 정해져야 한다.
결국, 제개정 법령의 좋은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는 시각이 많지만, 실제의 사건에 있어서는 설사 업체에 법령에 위배된 형식적인 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전면 개정된 산안법과 신법인 중처법에서 요구하는 수많은 안전확보의무를 절대적인 기준에서 충족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므로 상대적으로 다른 사업장에 비해서 얼마나 성실하게 현장 순회점검 등을 하였는지, 해당 사유가 발생한 부분이 재해발생과 얼마나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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