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
진정한 '신세계'는 2007년 1월 9일에 탄생했다. 스티브 잡스가 샌프란시스코의 <Macworld Conference & Expo>에서 마우스 클릭이 아닌 손가락 터치로 바꾼 아이폰을 들고 나온 것이다. 사용하기도 쉽고 직감적으로 조작이 가능했다. 모바일 폰이 내 손안의 미니컴퓨터, 곧 셰익스피어가 말한 'O brave new world'로 탄생한 것이다. 여기서 'brave'은 중세 영어다. 애플은 이렇게 세계 최상의 브랜드로 등극했다. 아이폰은 2007년 전 세계에서 1억 2200만대, 2016년에는 약 15억 대가 팔렸다. 이제 아이폰이든 삼성폰이든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의 필수품이 되었다. 내 손안의 '혁명적인' 스마트폰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기에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뒤집어 놓았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최소 200번은 스마트폰을 뒤적거린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우리를 '가상 기계 인간'으로 만든 셈이다. 이건 첫 단계일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iWatch 같은 두 번째 웨어러블 기기를 넘어 도어록을 여는 칩을 이식했고 파운데이션 모델도 다양하게 응용중이다. 여기서부터 사이보그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이제 우리는 평가받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하는 모든 것, 사용하는 앱에 따라 엄청난 양의 데이터 흔적이 남는다. 우리는 예측 가능해졌고, 알고리즘들은 우리의 미래의 의도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 작은 것들에 예속된 셈이다. 이들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을 다시 하나로 모으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없이는 1분도 살 수 없다. 그래서 "노모포비아", "아이디스오더", "유령진동증후군" 같은 신조어도 생겨났다. 16세기에 이미 파라셀수스는 "용량이 독성을 결정한다."는 기본 원리를 알고 있었다. 올더스 헉슬리도 셰익스피어의 표현을 빗댄 제목의 소설 <Brave New World>(1932)에서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된 반유토피아적 세계를 그렸다. 문명사회에서 성장한 린다가 인디언 보호 구역에 놀러갔다가 계곡에 추락하여 인디언들의 구원을 받고 존을 출산한다. 그러나 야만사회의 생활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비참한 삶을 산다. 그러나 린다와 존은 문명사회인 멋진 신세계로 돌아가는데, 원시의 삶을 누린 존은 육체적 행복은 보장되지만 인간의 탐구적·창조적 과학은 불가능한 문명의 삶에는 적응하지 못한다. 헉슬리가 그린 것은 과학의 진보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이런 '멋진 신세계'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지만, 그 공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니 내 손안의 '멋진 신세계'에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디지털 미래를 바르게 기억하고 의식하는 건실한 정념의 차원에서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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