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용 교수 |
따라서 도시의 주체는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이라는 단순하고도 중요한 핵심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도시에는 얼마만큼의 사람이 모여 있어야 최적의 환경에서 효율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을까? 최근 지방인구의 소멸과 수도권 과밀의 양극화 현상을 보면서 미래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기성세대에서 보다 미래의 청년세대에 큰 짐을 넘겨주는 것이라 마음이 무겁다.
우리나라는 최근 2020년부터 신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 내국인 인구가 감소하는 '데드 크로스'를 겪었고 이는 한국전쟁 때나 있었던 현상이라고 한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21년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꼴찌였고, 노인 인구의 증가율도 세계적인 수치로 일본보다도 빨리 늙어가고 있다. 그러나 인구절벽의 실감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보육시설에 입소하는 영유아들 숫자가 급격히 줄었고, 지방에서는 입학하는 대학생 숫자도 줄어 소규모 지방대학이 폐교되는 등 지역 공동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구소멸시대에 수도권 인구집중현상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특히 청년 인구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하여 일자리가 많고 발전의 기회가 더 많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어느 사회학자는 서울 인구밀도가 높아 수도권 내의 교통이 발달돼 공간에 운집되는 기능은 발달해 있지만, 밀집공간에 인파로 가득한 지하철과 거리에서 생활안전이 제공되지 못하는 데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여러 가지 편리한 도시기능이 제공되는 환경에서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고 양육할 수 있는 행복한 가족의 삶을 영위하면서 인생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행복과 희생, 시련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는 편리함과 더불어 도시재해가 공존하는 사례를 통하여 도시발전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 참사로 일상 속 인구과밀의 한계상태에서 사회적 안전과 신뢰의 가치가 상실되어 사람이 희생되는 사고에 대하여 깊은 반성과 함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수도권 지역으로 쏠린 대한민국의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실효성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있다. 다시 말해 국가균형발전의 정책기조와 함께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든 "사람이 지역을 살리고, 지역은 사람을 키운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역의 특성화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지역의 역사, 문화와 정체성, 지역적 자원과 가치 등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지역사회가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근간으로 2022년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으로 통합 정비해 지역균형발전의 정책효과를 제고하고자 추진되고 있다. 지역혁신과 균형발전의 주체로서는 지방자치단체, 지역산업과 기업, 지역주민 등의 참여와 그 중심에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은 지역사회에 재원을 공유하고 공간을 열어 자유롭고 활발한 참여가 가능하도록 오픈캠퍼스(Open Campus)의 협업플렛폼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지역인재 양성과 함께 선도적 산학협력으로 지역산업의 발전의 동력을 제공해 산업의 기반을 강화하면서 대학과 지역사회가 자원과 인재를 공유해야 한다. 즉, 대학 외부에 있는 지식이나 산업체가 대학으로 들어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적 협력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의 발전과 혁신을 촉진하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지역인재가 지역혁신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은 행복한 삶의 정주여건이 제공되도록 국가정책과 사회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지원이 필요하다.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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