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어느 지자체 공무원이 자기 팀 막내가 하도 맹랑하여 뒷목 잡게 만든다고 하소연한 일화이다. '너 자꾸 그렇게 하면 구청장님한테 불려간다' 했더니 '저는 투표권이 있는데요'라고 했단다. 옛날처럼 층층시하 조직 생활에서 순응하고 눈치 보지 않는 MZ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좋게 말해 '불합리한 것에 침묵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가 볼 때는 그렇게 멋진 것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MZ였으면 오죽 좋았겠느냐마는, MZ는 권리의식이 강한 만큼 의무에 대한 인식은 희박하기 그지없다. 점심 약속이 있다고 나간 20대 직원이 5분 일찍 나가고 10분 늦게 들어왔다. 법률사무소 직원이란 업무시간 중에 자리를 지키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이 담당업무 중 하나이다. 그 점을 알려주고 앞으로는 점심시간을 잘 지키도록 하라고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납득 가게끔. 그 정도 일로 야단 같은 건 치지 않는다. 한 번쯤 그런 건 넘어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은 두 번이 되고 습관이 되며, 한 회사의 리더가 직원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못 한다면 그 회사는 앞날이 뻔하다. 자, 그러면 이 상황에 놓인 MZ 직원은 이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떻게 처신할까?
어느 대학 교수님이 하소연한다. 요즘 대학생 아이들은 의욕도 없고 야단도 쳐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방치 해서도 안 되고 어르고 달래 수업시간에 집중시키기 위해 온갖 연구를 해서 관심을 끌어야 한단다. 시련을 줘서는 안 되고 오냐오냐해줘야만 하는 아이들. 그런데 자기 집에도 그런 MZ가 두 명이나 있어서 학생들 흉을 볼 수도 없단다.
MZ는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요즘 세대 탓을 하다가 마음속에서 뜨끔한 소리가 들렸다. 다 부모세대가 그렇게 키워서 그렇게 커버렸다. 부정할 수가 없다. 야단 한 번 치지 않고 아이 기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아이를 어른보다 우선해가면서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다. MZ 세대는 죄가 없다.
그럼 부모들은 대체 왜 자식들을 그렇게 키운 걸까? 그 답도 명백하다. 그들은 자기들이 어려서 부모로부터, 어른들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결핍감이, 내 자식만큼은 어릴 적 나처럼 그렇게 억압하고 서럽게 하지 않겠다는 강한 동기였던 것이다. 부모세대의 마음속 그 서러움과 한이 자식에게는 넘쳐나는 사랑과 방임으로 이어졌다. 그 서러움과 한을 풀자고 자식을 망쳐버렸다. 이나 저나 참사랑이 아니다. 그렇지만 부모세대도 죄인이 아니다. 본인도 받아보지 못한,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알맞은 온도의 사랑, 너무 혹독하지도 너무 연약하지도 않은 가르침, 그것을 어떻게 자식에게 줄 수 있었겠는가. 자, MZ 현상의 원인 찾기는 이제 계속 부모 조상의 대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결국, 인류 전체에 대한 연민에 도달하고야 만다.
훌륭한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은 사람 마음속의 서러움과 한, 결핍감을 모두 비워내어야 가능한 일인 것이다. 우리 앞 세대가 망쳐버린 MZ 세대는 어쩔 수 없고, 우리 세대가 키워낼 그다음 세대는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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