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국가 봉사 사회공헌 자립형 문화나눔 및 봉사 민간 단체인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대표 김우영 교수의 사회로 시작된 이 날의 행사는 김정희 시인의 경기민요 '매화타령'으로 화려한 막을 열었다.
한진호 상임대표는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회원들의 마음을 담은 '감사의 장'을 나에게 수여했다. 이어 <평행선>을 출간한 도서출판 개미 출판사의 최대순 대표는 어쩌면 전무후무할 <평행선> 도서에 대한 파격적인 선(先) 인세(印稅) 50만 원을 즉석에서 내게 수여하여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다음으로는 김근수 시인의 시 낭송 '가을 추억'이 펼쳐져 역시 명불허전의 시인이자 시 낭송가라는 칭찬을 받았다. 39권의 저서를 낸 김우영 문학박사는 기타 연주와 노래로 '가을사랑'을 열창하여 "저 양반은 못하는 게 대체 뭐야?"라는 극찬까지 이끌어냈다.
이날의 주인공인 나는 인사말에서 "안녕하세요? 폭우가 쏟아지는 데도 불구하고, 더욱이 바쁜 평일에 여러분을 초대하여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올립니다.
불원천리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말씀 드리며, 오늘 비록 오시진 못했지만, 성금 후원을 해 주신 많은 분들께도 머리 숙여 인사 올립니다.
모든 부분에서 부족한 제가 어느덧 여섯 번째 저서, 그것도 심지어 소설까지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여러분들의 관심과 뜨거운 성원 덕분이었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을 일일이 소개해 드리는 것이 도리이오나 시간과 식사 관계로 생략하게 되었음을 혜량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가일층 노력하고 분발하겠습니다. 약소하지만 즐겁게 식사하시고 저의 신간 <평행선>의 홍보에도 일당백의 성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늘 건승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축원합니다. 오늘 여기까지 와주신 감사함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저의 주특기인 막춤으로 '평행선' 공연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나의 익살스러운 막춤이 시작되자 관중석은 단박 열기에 휩싸였으며 흥분을 주체 못 한 일부 참석자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무대 앞으로 나와 함께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음주가무(飮酒歌舞) 쓰나미 물결에 파묻혔다.
나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모 법무사는 "이처럼 흥겨운 무대에서의 막무가내 막춤과 음주가무는 하지만 만인을 즐겁게 해주었으므로 결코 범죄가 될 수 없다"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멘트까지 날려 포복절도(抱腹?倒)의 절정을 이뤘다.
9월 13일의 출판기념회에는 하지만 막상 기대했던 동창과 친구 중 일부가 불참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의리파(義理派)인 반면, 다른 한편은 철저한 감바리(잇속을 노리고 약삭빠르게 달라붙는 사람)라는 나름의 이분법이다.
돌이켜보건대 지난 나의 삶은 지난(至難)한 존경과 시샘의 혼란한 세월이었다. 나의 생후 첫돌 무렵 집을 나간 엄마로 인해 나는 사실상 고아처럼 잡초로 자랐다. "엄마 없는 놈"이라는 사회적 주홍글씨가 각인되면서 나를 깔보거나 심지어 핍박(逼迫)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을 이기려고 초등학교 시절 공부에서는 1~2등을 질주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부모를 잘 만나 중.고교에 이어 대학까지 간 급우와 동급생들과 달리 나는 중학교 진학조차 불가능했다. 당시는 고졸만 되었어도 얼마든지 '펜대 굴리는' 직장에 취업이 쉬웠다.
그렇지만 나는 못 배웠다는 이유로 극난(極難)의 직업을 점철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사회는 졸업장과 자격증이 없으면 밥도 한 술 뜨기 어려운 막강한 구조가 지배했다.
뒤늦게 각성하고 만 권의 책을 읽었다. 여세를 몰아 오로지 자강불식의 힘으로 여섯 권의 책을 냈다. 그러자 나를 진정 존경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출간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다. 13일의 출판기념회 때 "꼭 가봐야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라는 이유로 많은 분이 성금 후원을 해 주셨다.
반면, 생면부지의 처지도 아니고 죽마고우에 고향 초등학교 동창임에도 불구하고 시치미를 뚝 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친구도 있었다. 전형적 감바리 마인드의 소유자가 아닐 수 없다는 합리적 의심이 짙었다.
여기에 더욱 가관이고 어처구니까지 없는 것은 자기 재산이 "십 수억이나 되는데 하지만 책은 아예 안 본다"는 어떤 모순의 자화자찬까지 장광설로 늘어놓는 친구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 너 잘 났다. 책 안 보는 것도 벼슬이냐? 그래서 말인데 너 같은 친구는 필요 없다. 너처럼 시샘 일색의 정저지와(井底之蛙) 개구리보다 망망대해(茫茫大海)를 거스르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거대한 대왕고래 지인이 나는 더 많으니까. 훨씬.
홍경석/ 작가, 장편소설 <평행선> 저자
홍경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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