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우리가 집을 짓고자 할 때 집의 골격은 철골이나 목재, 벽돌 등을 사용하고 나무의 크기를 맞추기 위해서 절단할 땐 톱을 사용하며 또 연결할 땐 못과 장도리를 이용한다. 즉, 우리가 집을 짓고자 할 때, 어떠한 재료와 도구들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그 재료와 도구들의 쓰임새를 활용해 집을 완성한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수학은 자연의 현상이나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언어이며 집합, 방정식, 함수, 공간도형, 미적분, 확률 등 수식과 개념들은 자연현상에서 일어나는 대상들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만든 도구들이다. 즉, 수학은 생각이나 현상을 수식과 여러 수학적 개념들을 도구로 사용해 표현하고 논리적 사고를 통해 제시된 주장이나 표현들을 이해하는 학문이며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는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씌워져 있으며, 그 언어를 아는 사람만이 읽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학교의 수학교육은 식과 개념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즉 도구의 쓰임과 활용법(논리적 사고력)을 배우는 과정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단순한 풀이보다는 여러 문제나 현상들을 수와 식 그리고 수학적 개념들을 이용해서 스스로 현상을 설명하도록 학습시킨다면 위에서 언급한 수학에 대한 고민은 해소될 것이며 이것이 수학교육의 목적이라고 여긴다.
수학은 예술, 문학, 체육, 과학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을 살아가면서 보다 즐겁고 행복하며 가치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지 이들이 삶의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이 수학의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으며 단지 우리는 원활한 소통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학적 지식만 겸비하면 되며,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고 또 많은 조건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결론을 판단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력만 배양하면 된다고 여긴다.
이를 위해서 학교에서의 수학교육은 수학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이해하고 이런 개념들을 학생 스스로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방향을 뒀으면 한다. 그리고 대학진학을 위한 수학(修學)능력시험에서는 그 취지대로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기초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시행했으면 한다. 그러면 유능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원하는 대학들과 또 자녀들을 유망한 대학에 진학시키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반대가 있을 것이다. 공과대학이나 자연대학 의과대학 등 높은 수준의 수학적 능력을 요하는 분야를 위해서 현재 많은 분야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격시험을 수학에도 적용해 1년에 두 차례 정도의 난이도별 수학(數學)능력 자격시험을 국가가 주도해 만들어 수학적 능력의 습득 유무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응시하고 또 어느 정도의 수학적 능력을 필요로 하는 대학이나 학과에서는 이런 자격시험의 결과를 요구하면 어떨까 한다.
이런 방법으로 수능에서는 수학의 변별력 문제를 해소하고, 학교에서는 기초적인 개념들을 이해하고 다루는 데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내용을 최대한 쉽게 다뤘으면 한다. 학생들이 성취를 통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수학의 기초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 그룹별로 문제해결을 만들고 토론을 통하여 경쟁하면서 해결방법을 찾아간다면,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적 개념을 이해하며 또한 활용하는 능력을 습득할 수 있으며 나아가 타인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력은 자연스럽게 배양될 것으로 여긴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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