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자신만의 색깔로 이응노미술관의 신 수장고동 전시장인 'M2 프로젝트 룸'을 채우고 관객들을 맞이한다. 5월부터 9월까지 전시하는 박용화(5월), 양승원(6월), 양태훈(7월), 김들림(8월), 김영진(9월), 김채원(9월) 등 6명 작가의 작품세계를 여섯 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김영진 작가 모습 |
김영진 작가는 '포토그램'이라는 독특한 작업방식을 사용한다. 카메라를 쓰지 않고 인화지 위에 직접 물체를 두고 빛을 쬐어 빛과 그림자만으로 표현하는 기법이다. 사진처럼 물체의 형태가 고스란히 나오지 않고 추상적인 이미지가 인화지에 드러난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포토그램의 묘미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김 작가가 '사진작가'는 아니다. 단지 인화지라는 특수한 종이를 쓰고, 붓 대신 사물로 표현하는 것뿐이다. 그는 "2016년 아이슬란드의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체류한 적 있는데, 고립 속에서 불안하지만, 한편으로는 평온함을 느꼈다"며 "이중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매체를 찾게 됐고 빛과 사물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 포토그램 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망초와 바랭이, 2023년, 루멘프린트 작업. |
주목할 점은 그간 흑백이 주를 이루던 작가의 작품에 다양한 색이 담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김 작가는 "지금 작품의 컬러가 베이지나 노랑, 보랏빛이 돌기도 하는데, 인화지의 종류, 햇빛의 양, 습도, 온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왔다"며 "아트랩대전을 통해 이 공간에서 해보고 싶은 것을 도전할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가가 살고 있는 원도심은 현재 재개발이 한창이다. 이번 작업에서 쓰인 풀꽃과 잡초는 재개발 현장에 빈집과 공터에서 찾은 것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의 갈라진 바닥 틈새에서 피어오른 작은 생명체들은 언젠가 소멸할 것들이다. 하지만 이 생명력은 작가의 작품에 흔적이 남아 오랫동안 보관될 것이다.
그는 "생성과 소멸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코로나 이후로 급변하는 시대에 살면서도 어느 순간 그 변화에 무감각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풀들이 땅속에 깊이 있다가 자기들이 돋아나도 되겠다는 시기가 보이면 나온다고 들었다. 그런 점이 재밌었다. 잠깐 사이에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과정들이 생각나면서 작업으로도 이어지게 됐다"고 했다.
움직이는 정물, 2023, 수집한 돌, 식물, 인화지 |
김 작가는 "이번 전시가 3주 동안 진행되는데, 햇빛을 받을수록 인화지에 드러난 흔적들은 계속 변화할 것"이라며 "이 결과물들을 모아서 다음 전시 때 작업물로 만들어 전시해보면 재밌을 거 같다. 작품 옆에 전구를 설치해 과학적으로 직접 빛을 이용해 작업한다는 걸 보여주는 전시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진 작가의 전시는 9월 26일까지 이응노미술관 신 수장고동 전시장 'M2 프로젝트 룸'에서 열린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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