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 소장. |
최근 코로나 이후 축제는 활발히 열리고 있다. 그러나 신규로 개최되는 축제와 기존에 열렸던 축제에서 명암(明暗)이 엇갈리고 있다. 기존 성황리에 개최됐던 축제도 코로나 이전보다 인기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는가 하면 신규 도입된 축제들도 성공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대전에서도 0시 축제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여러 평가가 엇갈리지만, 안전과 교통통제, 운영 등에서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음식과 테마, 컨셉 등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 평가 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분석되고 있다.
얼마 전 충남 예산에서는 큰 잔치가 열렸다. 요리연구가이자, 사업가인 더본 코리아 백종원 대표를 중심으로 예산 맥주페스티벌이 열려 8만명이 사는 예산군에 3일간 25만명이 다녀갔다. 사실, 많은 인파로 인해 그냥 돌아간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축제 기간의 인기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예산 맥주페스티벌을 통해 몇 가지 시사점과 교훈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들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축제를 넘어 여행에서 이제 대세는 음식이다. 음식의 메뉴와 맛은 이제 인기있는 관광지, 인기있는 축제로 결정짓는 핵심 테마가 됐다. 아무리 명성이 높은 관광지와 축제라도 대표 음식과 빼어난 먹거리가 없다면 지속적인 인기를 얻기 어렵다.
둘째, 가격과 감성(갬성)이다. 이번 맥주 페스티벌에서 어릴 때 컵에 먹던 천원짜리 떡볶이를 비롯한 저렴한 메뉴의 구성과 메뉴의 가격에 맞는 양과 질을 제공하면서 방문객들이 지갑을 여는데 주저함을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 문제가 됐던 지역축제의 바가지요금이 없었다. 이런 데에는 지역주민 전체가 ‘함께해유 켐페인’에 참여하면서 가능했다. 축제가 단기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매년 해야 하는 행사이자 지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타지역의 상인들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 지역 내 상인들 중심으로 구성해야 가능할 것이다.
셋째, 민간 중심의 축제 추진 동력이다. 관 주도의 축제는 국내·외 사례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행정에서는 교통 통제와 안전, 행사장 관리 등의 기초적이면서 축제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면 그 역할은 끝이다. 관이 주도하는 축제가 되면 의전부터 시작해 축제의 다양성과 발전 가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예산 맥주 페스티벌도 민간 중심에서 기획하고 실행하다 보니 축제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이 됐다.
마지막으로 지역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예산 사과 '애플리어', 제주 감귤 '감귤오름', 상주 꿀배 '꿀배버블', 영동 포도 '포도버블' 등의 맥주를 개발해 판매했다. 호응도 좋았지만, 지역의 대표상품을 내걸고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의 특산품 판매를 진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 밖에도 이와 더불어 안주로 즐길 수 있는 직화에 굽는 소 바비큐, 닭 바비큐, 수제 소시지 등의 인기가 높으면서 소비를 유도했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독일맥주축제)에서도 축제로 인해 안주인 소시지 산업이 발전하는 추가적인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10월 1일까지 진행하는 '이건희 컬랙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 기획전에 정말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거기에 온 사람 중에 지역주민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있다. 그건 손에 성심당 빵 종이가방이 있는지와 없는지였다.
이제 음식은 단순한 식사의 개념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변화되고 있다. 대전 빵 축제의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의 맥주 페스티벌이 삿포로와 독일의 맥주축제보다 유명해져 외국인들이 오는 축제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박종진 여가공간연구소장(관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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