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오펜하이머가 선생을 독살하려 했다?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오펜하이머가 선생을 독살하려 했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9-12 10:42
  • 신문게재 2023-09-13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교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최근 영화 오펜하이머가 화제다. 이 영화에서는 어느 과학 기술자의 연구에 대한 욕심, 인간적 고뇌, 정치 권력과의 갈등 등을 그리고 있다. 직접적으로 핵개발을 둘러싼 북한이나 주변국과의 관계나, 과학기술력을 중시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천재들 사이에서 오펜하이머가 성장하고 원자폭탄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그 이후 자신의 의도와 상반되어 전개된 결과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원작은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윌의 2005년작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과 시대'로 2006년에 퓰리처상을 받았으니, 진작에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영화의 첫 장면과 원작의 제목에서도 암시한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지만, 정작 인간은 불을 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었고, 본인은 영원한 고통에 시달린다. 로마의 시이저는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 오진 않는다 라고는 했지만, 단지 인류의 안녕을 위한 과학자의 순진한 욕심은 정치 권력과의 갈등이 필연적이고, 또 꺾일 수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한때 선생을 독살하려 했던 천재과학자인 오펜하이머는 지적 욕구 외에 다른 것은 없었을까?

우리는 통상 인류와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과학기술을 개발한 경우, 그 당사자가 받게 될 사회적 명예, 경제적 보상, 국가적 환대 등을 떠올리게 된다. 비단 자연과학, 공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을 포함하는 모든 학문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가 성과로 인정되기를 바라는 것이 이상하진 않다. 다만 사회적으로는 연구를 장려하는 분위기와 그 연구 성과에 주어지는 적절한(?) 대우가 혼동된다면 본말전도(本末顚倒) 일 것이고, 연구자 입장에서는 지난(至難)한 연구 과정에 집중하기보다는 예상되는 성과 부풀리기로 과도한 보상만을 바라는 것, 역시 주객전도(主客顚倒)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이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 연구 성과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연구 결과의 진위나 재현성에 대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검증을 진행하고 있고, 일부 성과의 부풀리기라는 의견들이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 그룹 중에는 돌아가신 분을 포함, 30년 넘게 동일 주제로 연구해온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고 싶지만, 꾸준하게 해온 연구가 미완성 성과에 대한 과한 욕심으로 흐트러진 것 같아 안타깝다. 이와 같이 중요했던 과학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예상 성과 부풀리기와 성과에 대한 보상, 환대 만을 쫓다가 좋지 않는 파국을 맞는 사례가 비단 초전도체뿐이겠는가! 유사하게 20여 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동물 복제 연구가 있었다. 연구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줄기세포 같은 과도 선전 때문이었는지 방만한 연구관리 때문이었는지, 중단되어 현재 그 당사자는 중동에서 낙타복제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영화로 돌아오면 필자 시선에는 영화 속의 오펜하이머는 '젯밥에만 눈이 가있는 중'은 아니었고, 아인슈타인이 충고처럼, 차후 전개 상황은 짐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속세를 떠난 스님도 먹어야 사는데 젯밥에 관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다만 제사가 안중에 없으면, 관심은 젯밥 밖에 없다. 주객전도나 젯밥 사례를 드는 김에…. 요즘 부쩍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학교생활이 서툰 어린 친구들의 귀여움과 이를 지도하는 헌신적인 선생님의 모습이 우리에게 익숙한 학교이지만, 현실에서 학교는 보습이나 취업준비 학원과 대놓고 혼동된다. 그러니 학부모, 학생, 교장의 민원처리 과정도 학원과 같다. 갑인 학부모는 학교에 학원과 똑같은 민원을 낼 것이다. 을인 교원은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세부사항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학교의 본 모습을 생각해보면 아득하다. 대학에 있는 필자도 그렇다. '인격도야의 장' 같은 문구는 뜬구름 잡는 꼰대의 일성이다. 필자도 반성해야 하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