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5-복구정(伏龜亭) 길지(吉地)에서 맛 본 천안 새뱅이탕

  • 문화
  • 맛있는 여행

[맛있는 여행] 5-복구정(伏龜亭) 길지(吉地)에서 맛 본 천안 새뱅이탕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3-09-11 13:11
  • 수정 2023-09-11 14:27
  • 신문게재 2023-09-12 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맛있는 여행은 항상 설렘으로 시작한다. 이번 맛있는 여행은 차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천안 역에서 내려 연춘리(延春里)로 가는 400번 버스를 타고 미리 자료 조사를 한 복구정(伏龜亭)을 향했다.

천안시 동남구 북면(北面)은 남부지역인 용암리(龍岩里)·은지리(銀芝里)·연춘리(延春里) 일대에 평야 지대를 이룬다. 남단부에서는 주로 쌀농사가 이루어지고 구릉지에서는 밤·사과·버섯 등의 특용작물 재배한다. 교통은 목천천 연안을 따르는 지방도가 면의 주된 간선 도로이고, 남단부에는 천안~병천 간 지방도가 통과한다. 면사무소는 오곡리(梧谷里)에 있지만, 북면의 실질적인 중심기능 역할을 하는 곳은 연춘리(延春里)다.

버스에 내리니 갈대가 무성한 병천천(竝川川)이 흐르고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병천천(竝川川)을 아오내 도는 아우내라고 하는데, 금북정맥 엽돈재 남쪽에서 발원하여 북면, 병천면, 수신면, 옥산면을 지나 강내면 석화리의 미호천교 위에서 미호천에 합수되는 47.3km의 물줄기를 이룬다.

이 병천천에서 지난 7월 27일 천안의 청정지역인 북면 병천천(竝川川)에서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 생물인 '미국 가재'의 서식이 충남 최초로 확인되어 환경단체들을 긴장시킨 적이 있다.



복구정
복구정 모습
병천천(竝川川)에 연해있는 연춘리(延春里) 도로가에는 복구정(伏龜亭 : 천안시 동남구 북면 연춘리 243-29번지)이 있다. 저자 찬자미상(撰者未詳)인 '손감묘결(巽坎妙訣)'의 목천편에 복구정을 '신령스런 거북이 알을 품고 있는 영구포란형(靈龜抱卵形)'이라 소개됐다. "목천에 있는 복구정은 영구포란형의 명당으로 7대에 걸쳐 재상을 배출할 터이다. 특이한 돌이나 흙더미인 나표(羅標)가 안산에 있다. 좌선 혹은 우선이라 하며 남향판에 간좌곤향(艮坐坤向, 남서향) 혹은 서향(西向)이라 한다. 혈은 4.5자 깊이에 있는데, 일월(日月)을 닮은 바위가 수구를 막아서고, 도장을 닮은 바위[印岩]가 감방(坎方)에 있다"

마을 뒷산에 올라가 보면 큰 바위가 거북이가 엎드려 용연못(池)에 뛰어내릴 듯한 형국을 하고 있고, 주변에 거북 알을 닮은 둥근 넙적한 바위가 여러 개 모여 있었다고 한다. 풍치가 뛰어난 이곳 엎드린 거북이 등 같은 바위 위에 조선 선조 때 강릉김씨인 백인당(百忍堂) 김구연(金九淵1582~?)이 복구정(伏龜亭)을 세웠으며, 영조 때 문장가인 석북(石北) 신광수(申光洙, 1712~1775), 만화당(晩華堂) 유진한(柳振漢, 1711~1791), 죽동 이인실, 구정 이세희 등 여러선비들이 늘 이곳에 모여서 시를 지으며 놀았다고 한다.

그런데 복구정(伏龜亭)은 장마로 없어져 1964년에 강릉김씨 종중에서 새로 평지에 세웠고, 용연못(池)이나 병천천(竝川川)으로 흐르는 물길도 다 매립된 상태다. 그러나 복구정 옆에 작은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에 도암(陶庵) 이재(李縡 1680~1746) 의 시가 새겨져 있다. "老木有高意(노목유고의) 노목은 옛 스러운 정취를 지녔고 淸川流不停(청천류부정) 맑은 시냇물은 쉼 없이 흐르네 秋陽無限思(추양무한사) 가을볕 아래 끝없는 생각에 獨上伏龜亭(독상복구정) 홀로 복구정에 오르노라" 이 시(詩)에 쉼 없이 흐르는 맑은 시냇물 병천천에는 새뱅이가 물 숲을 헤치며 서식했으리라 본다.

복구정 옆 이재의 시가 새겨진 바위
복구정 옆 이재의 시가 새겨진 바위
새우를 하(蝦)라고 하는데, 이는 새우를 물에 끓이면 빨개지는 모양이 '노을 하(霞)'을 닮았기 때문이다. 새우 중 민물새우를 토하(土蝦)라고 한다.

"샘골댁은 아들 칠상이를 데리고 봇도랑의 물굽이나 높낮이가 다른 논귀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토하를 뜨기 위해서였다. 맑은 물줄기를 좋아하는 토하는 지형의 차이로 물흐름이 달라지는 지점에 떼를 지어 바글거렸다. 손가락 한 마디보다 조금씩 긴 토하는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지도 못하고 수수백 마리가 한데 엉켜 맴돌이질을 치고 있으므로 소쿠리로 떠올리기만 하면 됐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太白山脈(태백산백)' 5권 '8월의 들녘'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다. 조 작가는 새뱅이를 토하(土蝦)라고 했다.

1607년 중국에서 간행된 왕기(王圻)의 '삼재도회(三才圖會)'를 쇼토쿠(正德)2년(1712년)경 일본의 데라시마 료안(寺島良安)이 편찬한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에 '진하(眞鰕)·차하(車鰕)·수장하(手長鰕)·백협하(白挾鰕)·천하(川鰕)·하강하(夏糠鰕)·추강하(秋糠鰕) 등의 여러 이름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수장하(手長鰕)가 바로 민물새우다.

1530년(중종 25) 이행(李荇)윤은보(尹殷輔)홍언필(洪彦弼) 등이 증보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1757년(영조 33)에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만든 전국 읍지 '여지도서(輿地圖書)', 1788년(정조12년) 경에 유의양(柳義養)이 왕명을 받아 '춘관지'·'국조오례통편(國朝五禮通編)' 등을 바탕으로 예조(禮曹)가 관장하는 모든 예제와 예무를 길례(吉禮) · 가례(嘉禮) · 빈례(賓禮) · 군례(軍禮) · 흉례(凶禮)의 오례로 나누어 총정리해 편찬한 책 '춘관통고(春官通考)' , 조선 정조 때 간행된 '공선정례(貢膳定例)' 등에 따르면 팔도에서 건대하(乾大蝦), 건중하(乾中蝦), 대하(大蝦), 중하(中蝦), 생자하(生紫蝦), 생자하해(生紫蝦해), 쌀새우(白蝦), 자하(紫鰕), 자하해(紫蝦해), 하란(蝦卵), 하막(蝦막) 등을 진상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clip20230911090453
김영복
새뱅이과(Atyidae)의 새뱅이(학명 Neocaridina denticulata denticulata(De Hann, 1844))는 민물새우로 몸길이는 2~3 cm 내외로 작은 새우류에 속한다. 체색은 보통 갈색빛을 띠며, 등에 등뼈 모양 얼룩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새뱅이는 새우의 충청도 방언이기도 하지만 새뱅이와 생이는 고어에서 나온 말이다. 순경음 ㅂ은 현대에서는 음가가 ㅇ으로 바뀐 경우가 많다. 새뱅이를 전라도에서는 새비, 영암등지에서는 또랑새우라고도 하고 충청도 지방에서는 새뱅이라고 하는데, 충북 일부지방에서는 사불치라고도 한다.

새뱅이와 생이는 다른 종(種)이다. 속(屬)도 다르고 학명도 다르다. 새뱅이는 네오카르디나속이고 생이는 생이속이다. 학명도 새뱅이는 'Neocaridina denticulata'이고 생이는 'Parata compressa'다. 또 생이는 애새우라고도 하는데, 새뱅이보다 등이 볼록하게 굽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생이는 4cm 전후의 크기로 기본적으로 반투명하지만, 환경에 따라 녹색이나 갈색을 띠기도 한다. 어항의 이끼 청소 능력이 뛰어난 새우로 알려져 있다.

생이는 다음 짓이겨 소금을 치고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씌워 지지거나 혹은 고추장을 푼 물에 넣고 고기나 파와 무 등을 넣어 끓여 먹기도 한다.생이는 우리나라 일부지역에 한정해 서식하며, 대부분의 개체들은 새뱅이다. 새뱅이는 벼가 노랗게 익어 갈 때부터 한 달간 잡는데, 벼가 노랗게 익을 때가 맛이 있고, 서리 내리기 잡는 것이 제일 맛이 있다.

새뱅이는 1급수에 사는데, 주로 농로를 따라 흐르는 도랑이나 보 같은 곳의 수초가 많은 데서 얼기미를 가지고 잡는다. 이 새뱅이는 탕(湯)이나 장국에 민물새우가 들어가면 구수한 것이 시원하며 화학조미료 이상의 감칠맛이 나는데, 이렇게 끓인 새뱅이탕은 충청도에서 자주 끓여 먹는다.

새우탕
강남샤브샤브부대찌개&매운철판북면점 새뱅이탕
필자도 어렸을 적 얼기미를 들고 이 새뱅이를 잡으러 도랑 옆 수초 사이를 훑은 적이 있었다. 최근에 천안지역에 이 새뱅이탕이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해 천안시 동남구 북면 연춘리 복구정 옆에 있는 강남샤브샤브부대찌개&매운철판북면점(북면 위례성로 17)을 찾았다. 이 집은 간판에 적혀 있는 샤브샤브나 부대찌개, 매운철판보다 새뱅이탕이 더 맛있고, 인기가 있다.

새뱅이탕을 끓일 때 맛 물을 무우와 새뱅이 등을 넣으면 국물이 아주 구수한 것이 시원하다. 특히 새뱅이탕에 수제비를 떠 넣었는데, 수제비가 제법 쫄깃하니 맛이 있다.

청주를 중심으로 한 충청북도에서는 새뱅이찌개라고 하는 반면 천안 등 충남지방에서는 주로 새뱅이탕이라고 한다.

새우탕 3
강남샤브샤브부대찌개&매운철판북면점 새뱅이탕
여기서 탕과 찌개는 어떻게 다른가 알아보자. 탕(湯)은 국[羹]의 높임말이다. 그러니 탕은 곧 국이다. 여기서 국과 찌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건더기와 국물의 비율이다. 국은 국물이 주로 여겨지는 음식으로서 국물과 건더기의 비율이 6 : 4 또는 7 : 3으로 구성되지만, 찌개는 국물과 건더기의 비율이 4 : 6 정도이며 건더기를 주로 먹기 위한 음식이다. 또 국은 각자의 그릇에 담아내지만, 찌개는 같은 그릇에서 음식을 조리한 후 식사할 때 자신이 덜어서 먹는 음식이다. 국과 찌개는 이처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충북의 새뱅이찌개와 충남의 새뱅이탕이 이러한 차이를 알고 이름 붙여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새뱅이탕 기본이 2인분이란다. 필자는 2인분을 시켜 반은 먹고 반은 포장해 집에 가지고 와 저녁까지 먹었다. 새뱅이탕의 구수한 냄새가 잔잔한 음악을 부른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속보] 4·2재보선 충남도의원 당진 제2선거구 국힘 이해선 후보 당선
  3.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4. 세종시 문화관광재단-홍익대 맞손...10대 관광코스 만든다
  5. '미니 지선' 4·2 재·보궐, 탄핵정국 충청 바닥민심 '가늠자'
  1. [사설] 학교 '교실 CCTV 설치법' 신중해야
  2.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3. [사설] 광역형 비자 운영, 더 나은 방안도 찾길
  4. 대전 중1 온라인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재시험 "정상 종료"… 2주 전 오류 원인은 미궁
  5. 세종대왕 포토존, 세종시의 정체성을 담다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