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갑천습지에서 두 달, 깨달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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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갑천습지에서 두 달, 깨달은 세 가지

임병안 사회과학부 차장

  • 승인 2023-09-10 19:55
  • 신문게재 2023-09-1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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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안 기자
올 여름 방송용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갑천습지와 월평공원을 집중적으로 찾아가고 있다.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의 일환으로 야생 동식물을 촬영해 '동물의 왕국'을 찍어보겠노라고 호기롭게 나선 것이다. 사자가 뛰어가거나 기린이 우리 월평공원에 살지 않지만, 이 안에도 나름의 야생동식물 생태계가 있을 테니 그것을 찾아서 대전시민들에게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야생동식물만으로 이뤄진 자연 다큐멘터리가 촬영 분야에서도 가장 어려운 미션이라는 것을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해서야 알게 됐다. 동물의왕국 같은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았던,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도 카메라를 들고 산에 오른다고 촬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 두 달간 외장하드에 용량이 가득 찰 정도로 촬영했고, 여름철에 월평공원을 찾는 철새 후투티, 검은댕기해오라기,꾀꼬리, 아물쇠·오색 딱따구리를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무당개구리, 큰산개구리, 애기세줄나비, 동전나비가 우리마을 숲에서 사는 것도 처음 알았다. 월평공원 중턱에는 오소리가 사는 굴을 발견해 야간관찰 카메라로 월평공원 태생의 오소리 얼굴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동물의왕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여 다큐의 방향을 전환해 박재묵 충남대 명예교수와 유영한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그리고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을 갑천습지에 만나 인터뷰하였다.

지난 두 달간 월평공원과 갑천습지를 탐방하는 동안 중요한 세 가지 성과가 있었다. 먼저, 여름철 폭우 때 갑천습지는 범람하여 산책길이 물바다가 되었는데, 이러한 범람이 갑천습지가 생명력을 지닌 공간으로 지금껏 남아 있는 원천임을 알게 되었다. 또 하천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천덕꾸러기처럼 여기어, 베어내기 일쑤인 버드나무가 탄소 흡수를 소나무보다 5~6배 많이 하고, 하천 가장자리에 버드나무 뿌리는 물고기와 갑각류의 근거지가 되어준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갑천습지 역사를 조사하다보니 이곳에 1999년 갑천고속화도로를 건설하려 했고,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환경 보전운동을 시작해 해당 구간에 도로 계획을 무산시켜, 습지가 지켜져 지금 시민들이 누리고 있음을 말이다.

최근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와 사무처장이 서울에서 개최된 국가물관리위원회 공청회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1박2일 유치장에 구금된 일이 있었다. 그 전에는 광복절을 맞아 대통령께서 경축사를 통해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 공작을 일삼아 왔다"며 운동가와 활동가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한 생각의 이유와 근거를 누구도 물어볼 수 없는 대한민국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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