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학력이라고는 고작 초졸 학력뿐인 무지렁이인 내가 책을 내게 된 경우는 사실 아주 단순한 계기에서 비롯되었다. 자녀가 학생일 때 나는 사교육비 부담 능력이 없어 주말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출입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어떤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보게 되었다. - "책을 보면 독자지만 책을 내면 저자가 된다." -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맞다! 그렇다면 나도 책을 내보자!
그로부터 더욱 치열하게 독서했고 무려 440번의 도전 끝에 첫 저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그것이 출발점이 되어 이번에 출간하는 저서까지 포함하면 모두 여섯 권의 책을 내는 작가가 될 수 있었다.
혹자가 이르길 책을 내면 인생이 바뀐다고 했다. 첫 책을 낼 당시, 박봉의 경비원이었던 나는 정말 인생이 바뀌었다. 책을 발간하고 난 뒤 지금은 시민기자, 작가, 강사의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나를 보는 주변의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진정 칭찬하고 격려하는 기류로서 "남들은 평생 책 한 권조차 못 내는 데 정말 대단하십니다!"라며 부러워하는 것이다.
반면 나를 시기하고 미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중학교조차 못 간 사람이 무슨 책을 또 냈다고?" 후자의 경우인 사람은 따라서 내가 쓴 책을 괜스레 폄하하는 경향까지 보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말인데 학력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나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내가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초등학교 시절에 익힌 이 내용만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 - 그 정신을 실천한 결과, 정말 여섯 권이나 되는 저서를 낸 작가의 반열에 비로소 오를 수 있었다. 이러한 집필과는 별도로 나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책을 본다.
어제는 모 대그룹에서 발간한 사외보가 도착했다. 불과 두 페이지였음에도 거기서 단박 눈에 거슬린 건 "같아요"의 남발이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을 매우 겸손한 척 포장하여 마무리하는 경우를 쉬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생각하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경우이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 등으로 자신이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인 '감정'을 표현할 때 '같아요'를 습관처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이럴 때 나는 솔직히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좋아하면 "좋아해요", 재미있으면 "재미있어요"라고 간결하게 말하면 될 일인데, 왜 여기에 굳이 '같아요'를 덧붙이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출판기념회와 북콘서트는 그 성격이 다르다. 출판 기념회는 저작물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에 그것을 축하하기 위하여 베푸는 모임이다. 반면 북콘서트는 작가가 자신이 쓴 책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독자와 질의응답을 가지는 모임이다.
다음에 북콘서트의 기회가 되면 다시금 강조하겠지만 대화를 할 때는 물론이요, 특히 책을 쓸 적에 "같아요"라는 표현은 정말 독약과 같다는 주장을 전도(傳道)할 것이다.
이는 마치 내가 강의 중에 반드시 강조하는 "책을 보면 독자지만 책을 내면 저자가 된다"를 "책을 보면 독자지만 책을 내면 저자가 되는 것 같아요"처럼 도대체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지까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왜곡과 불필요한 표현의 압권(?)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특히 작가라고 한다면 뭐든 직선적으로 솔직히 표현하는 습관이 꼭 필요하다. 솔직하고 담대한 초지일관의 정성이 나를 여섯 권 저자로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홍경석/ 작가, 장편소설 <평행선> 저자
홍경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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