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KIT) 부소장 |
색이 검게 변하는 현상은 은과 황 성분의 화학반응에 의한 것으로 황화은이 생기게 되고 검은색을 띠게 된다. 지금은 다양한 화학물질 유래 독이 존재하지만 조선시대나 그 이전에는 비상이라는 한약재가 매우 위협적인 존재였다. 흰색 가루로 물에 잘 녹고 아무 맛도 나지 않고 치명적인 독성을 갖고 있어 당시에는 독살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비상의 황성분과 은수저의 은이 반응을 일으키게 되어 음식 속의 독(비상)을 검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에 대한 센서를 작동시키고 있었다.
전자센서가 개발되기 전,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은 깊은 땅속에서 일할 때 카나리아가 들어 있는 새장을 갖고 다녔다. 땅속에서 일할 때 일산화탄소나 유독가스 농도가 높아지면 카나리아가 사람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여 울음소리로 오염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1966년에 시작된 미국 드라마인 스타트렉에서도 센서가 등장한다. 맥코이라는 의사가 사용하는 트라이코더(tricorder)라는 인체를 스캔해서 각종 정보를 얻고 건강을 진단하는 장치가 등장한다. 당시 트라이코더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고 스타트랙을 한층 공상 과학 드라마답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다면 최근 주변에 우리를 지켜주는 센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들을 보면 대부분의 차에 주차 센서가 장착돼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고급 사양으로 분류돼 있었지만 지금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아무리 운전을 잘한다고 해도 이 주차 센서의 편리함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정에서는 어떤가? 늦은 밤 집에 돌아올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이 현관의 조명 센서다. 주방에는 가스누출을 탐지하는 센서가 달려있다.
사람의 감각보다 민감하게 위험이나 유해한 물질에 반응하여 경고를 주는 센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서 활약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스타트렉의 트라이코더 또한 우리 생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손목 위의 스마트워치를 통해 심전도, 심박수, 산소포화도, 혈압 등을 측정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공상과학소설의 내용이 현실화된 것이다. 최근에는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센서가 개발되고 있어 고통과 번거로움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생체의 다양한 생물학적 정보를 감지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바이오센서가 활약하고 있다. 바이오센서라는 명칭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생체 또는 생물학적인 신호를 전기화학적 신호로 출력해서 정량 및 측정치를 얻게 된다. 물리화학적, 전기화학적 센서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밖에 생체분자인 효소, 수용체, 단백질, 유전자 등을 활용한 바이오센서의 개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결합한 센서의 등장으로 더욱 정확하고 감도가 높은 센서가 등장할 것이다. 센서의 반응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최종 사용자는 매우 쉽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평가하고 그 작용원리를 연구하는 독성학 분야에서도 센서의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특정 독성반응에 대한 센서 개발이 연구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생활 속에서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센서가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민감한 센서는 주변 위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일 것이다.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KIT)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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